[비신자 그룹2] “세례가 부담스러워요”

멀리서 오시는 60대 여성 두 분의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라 이유를 물었다.
자매 중 동생분이 답을 했다.
“동생이 세례 받으라고 해서요.”
두 분을 내게 소개한 서울 사는 막내 동생이 채근한 모양이다.
“예? 갑자기 웬 세례요?”
“목사님 만나서 성경공부를 했는데 세례를 받으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사실 목사님하고 성경공부하러 오는 것 좋거든요. 그런데 세례받아야 된다고 하니까 딱 부담이 되고 싫은 거예요. 그래서 어제부터 좀 부담이 되었어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언니분이 부연설명을 했다.
“막내가 공부한 지 몇 달 됐는데 언제 세례를 받을거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세례 받으라고?’하면서 쏘아 붙였거든요. 제가 절에 열심히 다니는 것도 아니까 갑자기 시선을 바꾸더니 ‘큰 언니 말고 작은 언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동생이 부담이 많이 됐어요.”
“언니는 무서우니까 더 말을 못하고 저한테 세례 받으라고 하니까 너무 부담스러워서 여기 오는 것도 좀 싫어졌어요.”

언니들을 내게 소개한 막내분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지금은 막내분을 두둔하거나 세례를 권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그동안 교회 권사인 막내동생을 배려한 나머지 자신들이 얼마나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막내동생의 간청이라 어쩔 수 없이 목사를 만나러 온 것이지 정말 억지걸음을 하면서 겨우 마음을 열게 된 경우였다.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두 분께 세례 받으라고 권하지 않겠습니다. 세례는 길거리에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권하듯이, 보험설계사가 적극적으로 보험 들라고 권하듯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 이런 상태에서 두 분이 세례를 달라고 한다고 제가 덜렁 해드릴 것도 아니고요. 세례 주는 것이 제 성과도 아닙니다. 세례는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진지하게 잘 생각하고 받아야 합니다. 두 분도 막내동생에게 떠밀리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시면서 하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안심이 됩니다.”
“정말 엄청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이네요. 안심까지 하시고 ㅎㅎ”
“예, 너무 부담이 돼서 잠이 안 올 정도였습니다. 오늘 오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안오면 동생이 너무 실망할까봐 오기는 왔습니다. 그런데 잘 왔네요.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이제 편하게 계속 올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말씀 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편하게 계속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