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관리원과의 대화

아침에 치노와 송정 해변을 걷고 뛰었다.
이른 시간인데 벌써 서핑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변 주차장에는 차박을 한듯 뒷문을 연 SUV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차들은 주차비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차들이 좀 뜸한 곳에 갔더니 6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주차관리원에게 그렇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을테니 좀 놀라는 건 당연했다.
“예?… 예~~”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을 어떻게 알고 관리하세요? 제가 주차를 해보니까 귀신같이 나타나시더라고요.”
“귀신같이요? ㅎㅎㅎ 열심히 도리도리하지요. 그래도 떼먹고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차비를 떼먹어요?“
”예, 이거 얼마한다고. 딴 데보다 훨씬 싼데도 싹 도망갑니다.“
“정말 너무하네요.”
“장애인 주차는 더합니다. 남자가 여자 증명서 내기도 하고, 잠시 화장실 갔다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도망갑니다.”
“가관이네요.”
“렌트카로 장애인 주차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렌트카에 장애인 차가 어디 있습니까?”
“신고하면 다 벌금낼 차들이네요.”
“맞습니다.”
“오늘도 도를 닦으셔야 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라는 말에 ‘이 사람이 왜 내게 이런 인사를 하나?’라는 표정이 됐다.
처음 말을 걸 때보다 더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기분 좋은 표정임에는 분명했다.
“예, 고맙습니다.”

성수기 10분에 300원을 떼먹다니.
땡볕에서 수고하는 주차관리원 뒤통수를 치다니.
치노보다 못한…

사진은 송정해수욕장 왼쪽 끝에 있는 죽도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