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은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는데, 한 분은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먼저 도착하신 분이 앉기도 전에 거실 벽에 새로 걸린 ‘롬팔이팔’ 액자를 발견하고 “어, 새로운 액자가 걸렸네요.”라고 했다.
2년 가까이 만나면서 예민하고 눈썰미가 남다르다고 여겼지만 새롭게 놀랐다.
“롬팔이팔이 뭐예요?”
“성경책에 ‘로마서’라는 성경이 있는데, 그걸 줄여서 ‘롬’이라고 하거든요. 그 로마서의 8장 28절이란 말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요, 저에게 성경암송을 가르쳐 주신 여운학 장로님이란 분이 사자성어처럼 만들어 사용하셨습니다.”
“아… 그런데 ‘함력’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가요?”
“예?”
기독교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성경구절이라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처음 보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 ‘함력’이 아니라 ‘합력’입니다. 원래는 ‘ㅂ’인데 캘리그라피라서 ‘ㅁ’처럼 보이네요. 자세히 보시면 ‘ㅂ’입니다.”
나는 액자를 내려서 가까이 보게 했다.
어떤 분이 이 액자를 직접 만들고 글씨까지 써서 선물해 주신 것이라고 액자가 걸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내 다른 분도 도착했다.
한 주는 이분에게, 다음 주는 저분에게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모임이 무산되어 거의 한 달만에 모였다.
“너무 오랜만에 모이게 돼서 죄송해요, 목사님.”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덕분에 저도 쉬었는 걸요.”
“오늘 어디 하지요? 지난 주에 어디까지 했지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오늘은 진도 나가지 않고 액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액자요? 뭐가 있나요?”
늦게 오신 분은 멀리서 오시는데 도로 정체 이야기하느라 새 액자를 보지 못했다.
이분은 그냥 보통의 눈썰미를 가지셨다.
“예, 거실에 새 액자가 걸렸는데 먼저 오신 분과 액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액자를 떼서 공부방으로 갖고 들어와서 늦게 오신 분에게도 보여주고, ‘롬팔이팔’이란 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늘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성경말씀으로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