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롬팔이팔(3)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뜻을 들은 소감이 어떠세요?’
“별로 좋지가 않아요.”
“왜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밀당하신다는 거잖아요.”
“ㅎㅎㅎ 어떻게 보면 그렇네요.
“사람마다 때가 있고,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든 억지로 하는 건 좋지 않죠. 하나님도 하나님 스타일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 하시잖아요.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힘 조절을 하시는 거죠. 창세기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창세기의 인물들이 모두 같지 않고 센 사람도 있고 좀 약한 사람도 있었던 것 기억하세요?”
“예.”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삶을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원주민들과 대등하게 살아낸 사람이고, 야곱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만들어내기 위해 몰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사람입니다. 힘이 많이 들어간 거죠. 그러니까 그들의 인생은 극적인 사건들을 많이 겪습니다. 반면 이삭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존재감이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겪은 사건들도 다른 사람에 비해 아주 심각하진 않습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우리도 우리 인생을 내 뜻대로 살기 위해 힘을 쓰면 쓸수록 하나님이 다른 방향의 힘을 세게 하실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인생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잖아요? 계획대로 잘 안되니까 더 힘을 가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힘을 빼면 하나님도 약하게 들어오시겠죠. 그러면 인생이 덜 힘들지 않을까요? 성경에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과거는 아무리 후회해봐야 내가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염려하는 거잖아요. 하루하루 ‘오늘도 내가 새날을 맞았구나. 오늘 내가 할 일을 성실히 하자. 나의 하루를 감당하자.’ 그렇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문득 ‘내가 내 힘으로 사는 게 아니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을 인정하고 의지하고픈 마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무슨?”
“만약 목사님이 일요일에도 나오라고 하고, 나를 당기듯이 했으면 오지 않았을 거라고요.”
“ㅎㅎ 다행이네요. 제가 당기지 않아서요.”
“맞아요. 사실 제가 일을 하니까 알바가 빠지면 때워야 해서 빠질 때도 있고, 참석하더라도 오후 시간이라 너무 피곤해서 자주 졸기도 하지만 목사님 만나서 좋은 말씀 듣는 건 좋거든요. 그런데 강요하듯이 하는 건 싫어요. 목사님이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밤에 “목사님, 오늘도 감사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몸과 마음이 피곤한 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루하루를 피곤하게 넘기는 것 같지만 이야기거리, 추억거리가 쌓이는 우리 인생이 되는 것이겠지요.”라고 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