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와 6개월만인 2021년 7월 첫 주간에 처음 만난 비신자 40대 여성들과 기독교와 성경과 교회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
몇 달 후 본격적으로 성경 자체를 공부해 보자며 창세기 공부를 시작했다.
창세기를 시작한 이유는 처음부터 차례로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나마 에덴동산이나 노아의 홍수같은 이야기를 그들이 알기 때문이었다.
절반인 25장까지 대화식으로 창세기를 공부한 기록을 작년 9월 ‘대화로 푸는 성경'(규장)으로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의도로 원고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일기처럼 남기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드디어 7월 25일에 창세기 50장까지 공부를 마쳤다.
중간에 시간이 맞지 않아 한 달을 쉬기도 하고, 작년 여름엔 휴가로 한 달을 쉬기도 했다.
올 2월과 3월에는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며 자가격리를 하느라 두 달 가까이 쉬기도 했다.
그러면서 창세기를 1년 반만에 마쳤다.
“오늘로서 창세기 공부를 마치겠습니다.”
“창세기가 50장이 끝인가요?”
“방금 본 50장이 창세기의 마지막입니다.”
그들은 성경이 없다.
당연히 창세기가 50장으로 마치는 줄도 모른다.
성경을 확인할 때는 대형 모니터로 성경구절을 봤다.
“우와, 드디어 창세기를 마쳤네요. 얼마만인 거예요?”
“창세기만으로 거의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우리 책거리 해야 하는 것 아녜요?”
“책거리 해야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낮은울타리에 올 때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도 있었어요. ‘일이 있다고 할까?’, ‘오늘은 힘들어서 못간다고 할까?’하고 핑계거리를 찾기도 했어요. 그런데 항상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나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목사님, 2년여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에게 가르친다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2년간 함께 해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그날밤 자기 전에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다음날인 26일 새벽에 기도하는데 이분들과의 모임이 너무도 감사하게 다가왔다.
사실 어떻게 할 줄 몰라 갈팡질팡하는 나를 붙들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들처럼 여겨졌다.
오후에 단톡방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창세기를 마무리한 어젯밤 가만히 돌아보니 여러분들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만난 저를 신뢰해 주시고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익숙하지 않은 기독교와 성경의 내용을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가 있었지만 여러분이 시간을 내는 수고를 해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여러분들과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다가 지난 2년간 덕분에 제가 행복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