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

낮은울타리가 있는 아파트는 평수가 작은 서민아파트이다.
30년 가까이 된 탓도 있는지 어르신들이 많다.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나 작은 정자에는 어김없이 어르신들이 있다.
나이가 들며 청력이 떨어져 여러 명이 모이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 뒷담화를 하는 것인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말한다.
혼자 있는 분은 트로트나 극우유튜브를 크게 틀어 역시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된다.
간혹 혼자 멍하니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담배만 피고 있는 분이 있다.
내가 예전에 만났던 분이 그랬다.
너무 혼자 계시길래 내가 인사도 하고, 간식도 드리고, 예수님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예전 할머니가 혼자 쪼그리고 앉아있던 자리를 지나가면 시선이 간다.
지난 봄부터 그보다 좀 더 위쪽에 의자에 혼자 앉아서 담배를 피는 할아버지를 보게 됐다.
그 의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설치한 게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개인적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사실 보도와 화단 사이에 뜬금없이 놓여있는 의자가 보기에 좋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충 사정을 아는건지,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건지 아무튼 경비원이 치우지 않는다.
거기에 늘 혼자 있다.

날씨가 더워지며 할아버지는 아침 8시 전에 나와 앉아있다.
그동안은 그냥 지나갔지만 오늘은 인사를 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날 쳐다봤다.
그리고 곧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와 입을 가리킨 후 손으로 몸집만한 X자를 만들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목례만 하고 내 길을 갔다.
‘저분은 거의 소통없이 사시는 걸까? 얼마나 답답할까? 저분은 복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분과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스케치북과 매직을 가져가서 글씨를 쓰면 가능할까?’
생각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