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아부를 좋아하는 것 아닙니까?”

“주기도문 마지막에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고 했는데, 하나님이라면 당연히 다 있는 것 아닙니까? 굳이 이걸 주기도문 마지막에 영원히 있다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하나님이 아부를 좋아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순간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하나님이 아부를 좋아한다고 하면 목사로서 하나님을 좀 깎아내리는 것 같고, 아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대답이 안될 것 같고, 아부를 싫어한다고 하면 ‘아부’라는 표현에 대한 나의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여서 어렵게 질문을 꺼냈는데 무안하게 여기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일단 질문하신 분이 무안하지 않게 그대로 받기로 했다.
“예, 하나님은 아부를 좋아하십니다.”
“예? 하나님이 아부를 좋아한다고요?”
아마도 목사가 하나님이 아부를 좋아한다고 하니 조금 의외였던 모양이다.
“예, 하나님도 아부를 좋아하세요. 왜냐하면 원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하나님께 있는데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고 자기의 것인 양 하는 것이 문제거든요. 그래서 하나님께 다시 그것을 인정해 드리는 게 신앙의 핵심입니다. 예전에 하던 주기도문에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앞에 ‘대개’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이 ‘대개’라는 단어의 의미가 ‘왜냐하면’이란 뜻이거든요. 앞에서 하나님께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는데, 왜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하냐면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하나님께 영원히 있기 때문입니다.’ 곧 ‘이런 기도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하나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란 뜻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답게 인정해 드렸으니까 하나님도 기분이 좋으시겠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매번 붙여야 합니까?”
“부인에게 ‘예쁘다’ 또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번만 해도 될까요? ‘내가 예뻐하는 것 알고, 내가 사랑하는 것 알테니까 한 번만 말하면 되지.’ 이게 가능할까요?”
“자주 해주면 좋겠죠.”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아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