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23) 34:1-31

“야곱에게 가장 큰 숙제였던 형 에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야곱은 그 지역의 땅도 샀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20년만에 돌아온 고향 땅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아니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인생이 마음대로 되나요?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목사님이 질문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사고가 생겼는데 너무도 비극적이고 어이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많은 아들들 중 하나밖에 없는 딸 디나가 동네 구경을 나갔다가 그 지역의 추장에게 강간을 당한 겁니다.”
“성경엔 좋은 이야기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기분이 묘해요.”
“성경은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니라 인간의 적나라한 실상을 드러내고 구원이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키고, 그런 인간을 위해 하나님이 구원의 길을 준비하시고 인간을 설득하신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서 그렇습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얘기 해주셔서 그렇게 알게 됐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에게는 성경을 읽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 나온다는 거죠.”
“아,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별별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야곱의 아들들이 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고 엄청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누이를 강간한 추장으로부터 누이와 혼인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옵니다. 혼수와 예물도 풍족하게 주고, 야곱의 식구들이 그곳에 정착해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아들들은 누이를 강간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쪽은 토착민이고 그냥 싸워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술수를 씁니다. 그게 뭐냐면 ‘니네들도 할례를 받으면 가능하겠다’고 제안한 겁니다. ‘할례’는 포경수술 같은 거니까 남자들을 무저항 상태로 만들겠다는 음모가 있는 겁니다.”
“약간 비겁한데요.”
“힘 없는 나그네로서 강한 토착민에게 복수하려면 어쩔 수 없죠. 그들에게 보이는 건 복수밖에 없습니다. 목표가 과정을 정당화시킨 거죠. 지금도 비겁한 사람들이 많죠. 요즘은 있는 사람들이 더 다양한 꼼수를 부려서 문제지만요.”
“맞아요.”
“추장은 자기 민족에게 가서 새로운 이주민이 재산도 많은 실력자이니 결혼을 통해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자신들에게도 유익이 된다고 설득합니다. 자기가 결혼하고 싶어서 혹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쪽 남자들이 모두 포경수술을 받고 전부 드러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레위와 시므온이라는 오빠 둘이서 그 성에 들어가서 무저항 상태의 모든 남자들을 죽여버렸습니다.”
“복수치고는 너무 끔찍하네요.”
“그러게요. 사람이 참 악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을 아세요?”
“들어본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이 규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상하게 했으면 눈만 상하게 해야 하는데, 눈은 물론이고 팔다리도 다 부러뜨리는 것이 인간의 악한 본성이니까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야곱이 대노합니다. 나그네가 와서 한 성읍을 이 모양으로 만들면 주변의 다른 성읍 주민들이 다같이 공격해서 우리가 다 죽게될 것 아니냐는 겁니다. 맞는 말이지만 아버지 야곱의 말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딸이 강간을 당한 것이나, 아들들이 음모를 꾸민 것이나, 학살과 노략을 자행한 것에 대한 고민과 반성과 정의에 대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아들들이 잘못해서 자기를 포함한 모두가 죽게 생겼다는 것이 주된 관점입니다. 형 에서를 만날 때 재산과 가족을 앞세우고 자신이 뒤로 빠졌던 그 모습이 다시 보입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와 씨름을 하고,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받으면서 좀 달라진 줄 알았더니 위기 상황이 되니까 본성이 앞서는 겁니다. 사람이란 존재가 이렇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도 이기적인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 지금 야곱과 같은 형편의 사람인 거죠.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구제불능같은 야곱을 버리지 않고 계속 함께해 주십니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실 조건이나 자격이 없는 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겁니다. 그래서 성경은 복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