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도를 보겠습니다. 야곱은 지금 헤브론에 살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찾아보시겠어요?”
“어…어… 여기 있네요.”
“잘 찾으셨습니다. 족장들이 움직이던 라인을 잊지 않으셨네요. 야곱은 헤브론에 살고 있는데 그 아들들은 야곱의 양떼를 이끌고 세겜이란 곳까지 갔습니다. 세겜도 찾아보시겠어요? 북쪽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헤브론에서 예루살렘 가는 것 이상으로 더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양을 치는데 그렇게나 멀리까지 가나요?”
“그러게요. 저도 양을 쳐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너무 멀리까지 간 것 아닌가 싶네요. 세겜이 이렇게 너무 먼 곳이니까 야곱이 요셉에게 형들과 양떼들이 잘 있는지 세겜까지 가서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요셉이 10대 후반이라면서요? 너무 과한 심부름같은데요.”
“지금 우리는 그렇게 보지만 야곱이 요셉을 얼마나 아꼈는지 생각한다면 그렇게 과한 심부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할만한 일이니까 시켰겠지요. 요셉이 족장들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세겜까지 갔는데 문제는 형들과 양떼가 거기 없었다는 겁니다.”
“왜요?”
“딴 데로 갔으니까요.”
“무슨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예,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냥 풀이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옮겼겠죠. 형들은 더 멀리 도단이란 곳으로 갔습니다. 요셉은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어 세겜 들판에서 방황하는데 누가 이 내용을 가르쳐줘서 도단으로 따라갔습니다. 지도에서 도단도 찾아보시겠어요? 도단은 족장들의 이동경로에 있는 곳은 아닙니다. 다만 세겜보다 더 북쪽에 있습니다.”
“찾았어요. 여기 있네요. 형들 찾으러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네요.”
“맞습니다. 너무 먼 거리지요. 이 먼 곳에서 한 사건이 터집니다.”
“또 안좋은 일이 생기는 건가요?”
“요셉이 도단 들판에서 형들에게 가까이 갈 때 형들이 먼저 알아봤습니다. 형들은 요셉을 향해 ‘저기 꿈꾸는 놈이 온다.’라고 했습니다. 요셉이 불편한 내용의 꿈을 꾸고 이야기한 것을 빈정거리는 거죠. 자기들을 보고 또 아버지에게 가서 뭐라고 고자질을 할지 신경이 쓰입니다. 형들은 빈정거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음모를 꾸밉니다. 요셉을 죽이고 아버지 야곱에게는 맹수가 잡아먹은 것처럼 하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꼴보기 싫어도 그렇지 형제간에 너무했는데요. 정말 죽이나요?”
“그러면 ‘이집트 왕자2’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요. 요셉은 정말 눈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형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를 챘으면 아마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겠지요. 눈치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켜도 ‘혼자 갔다가 몰매 맞습니다.’하고 사양했을 겁니다. 그런데 눈치없는 요셉은 형들을 보기 위해 먼 길을 고생해서 왔으니 형들이 반겨줄 것이라 생각하고 반갑게 형들을 부르며 왔을 겁니다. 그런데 형들이 일단 화려한 채색옷을 벗기고 빈 구덩이에 요셉을 던져넣었습니다. 요셉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정말 황당하고 무서웠을 것 같아요.”
“묘하게도 성경은 이 사건을 당할 때 요셉의 말이나 심경에 대한 표현이 없습니다. 아마 형들에게 울고불고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겠지요. 그러다가 지쳤을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형들의 눈에 대상이 눈에 띄였습니다. ‘대상’ 아시죠?”
“예, 낙타 타고 물건 팔러 다니는 사람들요.”
“마침 이집트로 물품을 팔러 내려가는 대상이었습니다. 형제들 중에 ‘유다’라는 사람이 제안을 했습니다. 요셉이 그래도 동생인데 아무리 미워도 죽이지 말고 대상에 노예로 팔자는 겁니다. 이 ‘유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거든요. ‘유대인’이란 말도 이 ‘유다’에서 나왔고 다윗왕과 예수님도 유다의 자손입니다.”
“중요한 인물이네요.”
“형들은 은 20냥에 동생 요셉을 대상에게 팔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동생을 노예로 팔다니 너무했는데요. 성경 내용에 또 실망이네요.”
“성경은 사람의 밑바닥을 보게 하는 책이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이건 밑바닥 이하인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겁니다. 이때 요셉이 어땠을까요?”
“팔지 말라고 애원했겠지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요셉은 그렇게 이집트로 팔려 갔습니다.”
“아버지에게는 뭐라고 했죠?”
“각본대로 했죠. 염소 피를 요셉의 채색옷에 묻혀서 잘 준비했다가 헤브론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저희가 이런 걸 발견했는데 혹시 요셉의 옷이 아닙니까?’라며 보여준 겁니다. 실은 이렇게 묻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 아들의 옷이 아닙니까?’라며 정떨어지는 단어를 써서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속았나요?”
“당연히 속지요. 길에서 맹수가 요셉을 죽였다며 통곡을 하며 슬퍼했습니다. 야곱으로서는 사랑하는 아내 라헬도 죽고, 그 장남 요셉도 죽었으니 얼마나 슬펐겠습니까? 성경에 보면 다른 사람의 위로를 받지 않을 정도로 슬퍼했다고 합니다. 팔려간 요셉은 파라오의 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 다시 노예로 팔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