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그룹2] “목사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염려스러워요”

“제가 목사지만 비신자 친구들을 가끔씩 만납니다. 친구들도 인생을 돌아볼 때 맘대로 되는 게 없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많이 부들부들해졌더라고요. 50대 중반이 되니까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제가 목사니까 예수님 믿으라는 소리도 하지요. 그러면 친구들이 종교를 갖게 되면 교회에 가고 싶은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일단 일요일에 쉬고 싶은데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야 된다는 것이 부담된다는 겁니다.”
“맞아요. 저도 매주 가야 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일요일에 결혼 같은 집안 행사도 있고, 가족들도 다 집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매주 나오지 않아도 된다. 형편 되는 대로 나와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주중에도 오라고 하고, 성경공부도 해야 된다고 할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솔직히 저도 그게 부담스럽거든요. 한번 시작하면 점점 더 요구하는 게 많아질까봐서요. 제 친구 중에도 교회 열심히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교회에 오라고 하는데 남편이 종교를 바꾸는 건 절대 안된다고 해가지고 일요일에 갈 수가 없는데 자꾸 오라고 해서 싫어요.”
“일요일에 시간을 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예수님을 믿는 게 중요합니다. 형편상 교회에 못나갈 수도 있지요.”
“그래도 되나요?”
“갈 수 있는데 게을러서 빠지는 게 아니라 가고 싶어도 상황이 안되서 못가는 거잖습니까? 그걸 신앙생활을 못하는 거라든가, 죄악시하면 안되죠.”
“교회에 안가고도 예수님을 믿을 수 있군요.”
“지금 남편분의 반대가 심한데 일요일에 교회 갈 수 있습니까?”
“절대 못가지요.”
“그렇지만 주중에는 이렇게 비가 오나, 폭염이 오나 꼬박꼬박 성경공부하러 오시잖습니까? 이건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고 은혜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건가요?”
“제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이야기했더니 그 다음엔 ‘돈을 내라고 해서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제가 ‘부담스러우면 내지 마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그럼 넌 뭐 먹고 사냐?’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만 빵 터졌습니다. 목사인 제가 먹고 사는 걸 염려해 주는 친구가 고맙기도 했고요.”
“목사님, 사실 저도 그 부분이 걱정스럽습니다.”
“예? 그런 걱정을 왜 하세요?”
“저희가 이렇게 와서 좋은 말씀 배우고 가는 건 좋은데 저희가 아무 것도 드리는 것도 없잖아요. 또 저희 같은 사람들만 주로 만나신다면서요? 그러면 받는 게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사나 걱정이 되지요.”
“제 걱정을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뭉클하네요. 그런데 그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먹고 사는 건 하나님이 걱정하셔야 됩니다. 하나님이 ‘저 놈이 자식도 많고 다들 커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먹여 살리지?’하며 골치가 아프실 겁니다.”
“진짜요? ㅎㅎㅎ”
“제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는 저도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걱정해 봐야 견적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하나님께 맡깁니다. 두 분은 멀리 사시는데 대중교통으로 열심히 꼬박꼬박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분들에게 그저 주는 입장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먹었던 상추, 고구마, 생밤이 다시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분들이 말로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를 걱정하고 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주중 교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