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내 아버지라면 하나님께 뭘 구하고 싶으세요?”
“대출금이 0원으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머, 저도요.”
두 가정이 모두 자영업을 하느라 대출을 받은 모양이다.
“사정은 딱하지만, 하나님이 그런 기도를 들어주실까요?”
“아니요.”
“좀 들어주시면 안되나요?”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의 대상을 아는 것이라고 이제까지 했는데, 이제까지 배운 하나님이 이런 기도를 들어주시면 하나님이 만드신 질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안들어주실 것 아니까 말이라도 해보는 거죠.”
“그럼 들어주실 것 같은 내용을 말씀해 보세요.”
“아들을 향해 레이저를 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
“중학생인 아들이 너무 엉뚱한 짓을 하니까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요. ‘주여~~‘가 절로 나온다니까요.“
”예수님을 안믿는 분이 ‘주여~’를 부른다고요? 그럼 반칙인데요.“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습니까?“
”아들 때문에 속상해서 자주 ‘주님’을 부르니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아닐까요? 하나님 입장이 되어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되는 건가요? ㅎㅎ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애가 무슨 짓을 하길래 그러세요?”
“숙제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그냥 자버리고, 아침에 학교 갈 때는 겨우 일어나는 애가 주말에 친구들과 놀러갈 때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요. 사내 아이가 가끔씩 양쪽에 머리를 묶고 나타나기도 하고요. 보기 전에는 ‘안그래야지’ 했다가도 보기만 하면 자동으로 레이저가 나가요.”
“그 아이가 어떻게 되길 원하세요?”
“좀 얌전히 앉아 숙제 잘하고, 알아서 공부하고, 좀 산만하지 않고…”
“그건 엄마가 원하는 모습 아닌가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학생이 숙제 잘하고, 알아서 공부하고, 산만하지 않게 집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원칙 같은 건데 엄마가 마치 아들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뉘앙스로 들렸나 보다.
“아이는 부모가 낳았고, 외모가 부모를 닮았어도 부모와 같을 수 없고 부모와 같아서도 안되는 다른 인생을 사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그 아이가 살아갈 시대는 우리도 살아보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그렇게 해야할 것처럼 요구하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실은 그것이 정말 옳아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고 내가 마음이 편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이제 한 달 후면 수능인데, 수능이면 모든 엄마들이 자기 자녀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게 맞을까요? 심지어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데도 엄마는 시험 잘보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합니다. 맞을까요?”
“아니요.”
“제가 수도권에서 목회할 때 수능시험일에 수능시간표에 맞춰 교회당에서 기도회 하는 것이 마땅찮아 수능기도회를 없앤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교회당에 가서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능기도회를 열되 기도의 방향을 알려주자’라고 마음 먹고 기도문을 작성했습니다. 그걸 인쇄해서 나눠 드리고 단톡방에도 올릴테니 잘 읽어봐 주십시오. 어떻게 기도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꼭 받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문 - https://lowfence.net/w/2078/
나중에 단톡방에 글이 올라왔다.
“목사님 오늘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레이저 안쏘고 작심삼일이라도 도전해볼게요. 기도문도 잘 읽겠습니다.”
“항상 목사님을 뵙고 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감사드립니다~~~”
정말 보람되고 감사했다.
하루 지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레이저 아직 안쏘셨죠?”
30분쯤 지나서 답글이 올라왔다.
“벽 보고 반성 중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1일 하겠습니다.”
“어제는쏘셨군요.”
“오늘은 아직 안쐈습니다.”
“그럼 레이저보다 하트를 날려 보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