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사를 지내느라 모임에 빠졌는데, 또 제사가 있어 모임이 일주일 연기됐다.
낮은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목사님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라고 하신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사는 잘 지내셨어요?”
“ㅎㅎ 예, 잘 지냈습니다.”
“정식으로 자정에 지내셨습니까?”
“아니요. 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니까 피곤해서 그렇게 못하고 저녁식사 마친 시간 쯤 하는 것 같습니다.”
“조상님이 자정에 맞춰 나왔다가 좀 난감하셨겠는데요.”
“그러네요. 조상님이 ‘어, 즈그들끼리 두 시간 전에 벌써 끝내버렸네.’ 할 수도 있겠네요 ㅎㅎ”
“조상님들이 자정에 맞춰 출근하면 미국의 조상들은 우리보다 10시간 쯤 뒤에 출근하겠네요. 한국 사람들만 조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조상님들이 각 시간대에 맞춰 자정에 출근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러게 말이예요.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그런 걸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음식도 전부 집에서 다 준비하고. 저도 어떤 건 그냥 사서 준비하거든요.”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할까요?”
“복 받으려고 그러겠지요.”
“자기가 정성을 다하니까 조상님이 자기를 돌봐주실 것이라고 믿고 싶은 거지요. 결국 치성으로 복을 받겠다는 의식인 겁니다.”
“그러네요.”
“자기 정성으로는 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복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요. 두 분은 하나님의 복을 잘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