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일이 12월 31일이라 평소와는 다른 형식의 모임을 하고 싶었다.
두 가지를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첫째는 평소 11시 예배를 마치고 김밥과 컵라면을 먹기 때문에 마지막 날, 마지막 주일은 낮은울타리 식구들에게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었다.
주일인데도 출근하는 분이 있어 시간을 맞추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오후 4시에 식당에 모여 먼저 우리끼리 시간을 갖고 5시쯤 이른 저녁을 먹자고 했다.
둘째는 기존의 예배형식으로 하지 말고 각자 3~5분 정도 낮은울타리와 관련된 감사 내용을 글로 준비해서 돌아가며 발표하기로 했다.
나도 따로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식구로서 동일하게 3~5분 감사 내용을 준비하기로 했다.
다들 숙제는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식구 중 두 분이 주일 하루종일 출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른 식당에 연락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예약을 취소했다.
예배는 원래대로 11시에 하기로 했다.
나는 부랴부랴 설교준비를 하고, 주보를 만드느라 너무도 분주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자 마지막 주일의 특별한 이벤트는 사라졌다.
평소의 예배와 평소의 김밥과 컵라면이었다.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의 근원은 이벤트나 맛있는 식사가 아니라 하나님임을 다시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