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처음으로 함께 성경공부를 시작한 비신자이며, 졸저 ‘대화로 푸는 성경:창세기’의 주인공인 한 분이 최근 만남 중에 한 말이다.
격주로 만나기 때문에 어떤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 한 달 만에 만나는 경우도 잦았다.
그래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경공부를 한지 2년 반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집에서 불경을 틀어놓고 듣는 사람이거든요. 아무래도 남편이 제가 이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모임에 다녀오면 제가 상태가 좋아지고 뭔가 괜찮은 것 같으니까 모르는 척하고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걸 거예요. 하지만 제가 일요일에 교회에 간다며 혼자 나오면 분명히 뭐라고 할 거예요. 가정을 생각하면 나올 수가 없는데 목사님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런 부담 갖지 마세요. 저는 OO씨를 일요일 11시에 예배하는 자리에 앉혀 놓으려고 이 모임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OO씨가 예수님을 믿기를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예배에 참석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참석하면 좋지요. 하지만 일요일 11시라는 특정 요일과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참석해야만 예수님을 믿는 것이고 신앙이 좋은 게 아닙니다.”
“교회에서 전도하면 예배에 참석하라고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예배에 참석하면 좋지요. 그런데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형편의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지금 일요일에 낮은울타리예배에 참석하는 분들 중에도 일요일에 종종 출근해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엄청 미안해 합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분들이 예배에 참석하려고 근무시간도 바꿔보려고 애쓰는 걸 알기 때문이죠. 빠지고 싶어서 빠지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빠지는 거 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하시는 일은 주말에 필요한 일인데 교회에 가겠다고 다 빠져버리면 일이 돌아가지 않겠지요. 그래서 출근하는 사정을 아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일요일에 쉬는 직장으로 바꾸라고 할까요? 일요일에 쉬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신앙이 더 좋은 걸까요? 기독교인은 일요일에 일하는 직장에 가면 안되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산에 내려와서 비신자분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예수님을 믿는 겁니다. 제가 바라는 건 OO씨가 저를 위해서 일요일 11시에 예배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OO씨가 예수님을 믿는 겁니다. OO씨는 예수님을 믿으세요?”
“집안이 모두 불교이기도 했지만 저는 법정스님의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불교에 입문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교회에 갈 기회가 두세 번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교회에 한 번만 가보자.’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본 거죠. 그런데 저하고 뭐가 안 맞아서 가기 싫었습니다. 사람에게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오면 딱 가기 싫은 겁니다. 아마 목사님도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 왔으면 안 만났을 겁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편하게 해주시고 괜찮아서 계속 모임을 한 겁니다.”
“저에게 그런 느낌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목사님을 만나고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이제는 예수님 생각을 많이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주님’을 찾게 됩니다.”
“그래요? 언제라도 OO씨가 정말 ‘이제는 예수님 없이는 못살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말씀하세요. 그러면 제가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세례를 베풀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세례’라는 것 아세요? 천주교의 ‘영세’와 비슷한 건데.”
“예, 들어봤습니다.”
“보통은 일요일 예배시간에만 하는 건데 OO씨는 지금 일요일에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형편이니까 예외적으로 주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OO씨를 위해서 10년 넘게 기도하다가 내가 비신자에게 기독교를 소개하는 일을 한다는 걸 알고 OO씨를 내게 소개한 다른 교회 집사님이 옆에서 듣다가 말했다.
“그럼 저는 뭘 준비할까요?”
“뭘 준비하다뇨? 아무 것도 준비할 게 없는데요.”
“세례를 한다면 뭘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럼 에비앙 생수나 준비해 주십시오.”
“예? ㅎㅎㅎ”
나는 다시 OO씨를 보며 말했다.
“일요일에 예배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기독교 신앙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건 형편이 되면 하는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건 정말 ‘내가 예수님을 나의 구원자로 믿느냐’는 겁니다. 저의 성과를 염려해 주시는 건 참 고마운데, 진짜 저의 성과는 OO씨가 예배시간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