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 낮은울타리예배

지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예배장소가 아파트라서 찬송을 마음껏 부르지 못하지만 초대 교회처럼 일주일간 삶속에서 감사하고 싶은 내용이나 하나님을 높이고 싶은 내용을 자원하여 고백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늘 처음으로 예배순서에 ‘성도의 감사와 찬양’이란 순서를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다음에 넣었다.
순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자고 했다.
혹시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자원자가 나왔다.

한 가정은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성도의 차량이 정차했는데 상대방 차량이 부주의로 보지 못하고 운행하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성도는 상대방이 급히 병원에 가는 길이라는 사정을 듣고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아주 심하게 찌그러진 부분만 교체하고 긁힌 부분은 그냥 두었다고 했다.
내용을 듣던 다른 식구들이 건강을 염려하고, 사고를 당했음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귀하다고 칭찬했다.

30대 청년에게 혹시 감사하고 싶은 것 있냐고 물었다.
평소 과묵한 스타일이라 웃으며 없다고 할 줄 알았더니 감사할 것이 있다고 했다.
뭐냐고 물으니 두 주 만에 집에 왔는데 ‘쥐’가 잘 지내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나를 포함해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모든(7명밖에 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가장 놀란 것은 그 부모님들이다.
내가 입을 뗐다.
“친칠라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토끼 아닌가요?”
“친칠라 쥐인데요.”
그동안 토끼인 줄 알고 낮은울타리에서 마신 녹차 잎도 잘 말렸다가 주곤했는데 그게 쥐라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검색해 보니 털이 북실북실한 친칠라 토끼도 있지만 친칠라 쥐가 있었다.
차이는 꼬리 길이다.
생긴 건 비슷한데 꼬리가 길면 친칠라 쥐이고, 꼬리가 동그라면 토끼였다.
꼬리 길이를 물으니 여우처럼 길다고 했다.
이제까지 집에서 쥐를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확정되었다.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한 분은 지인들과 1박2일 시간을 보낸 것을 감사했다.
분주한 도시생활 속에 지인들과 여유를 갖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나는 건강한 것을 감사했다.
그동안 1년에 며칠은 꼼짝하지 못하고 드러누워 링거를 맞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고, 환절기에 감기를 자주 앓았는데 지난 1년간 약한 몸살이 난 적은 있지만 링거를 맞을 정도로 심하게 아프지 않은 것이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도의 감사와 찬양’ 시간에 혹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어색한 시간이 되면 어떡하나 염려했는데 오히려 모두가 한 마디씩 하며 감사하고 공감하고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이 되었다.
성도가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특히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감사를 나누고 성도가 공감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 감사하다.
작은 교회의 유익을 톡톡히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