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했습니다”

부산에 와서 처음 만난 동갑 비신자가 있다.
다양한 이력을 지난 후 현재는 수영로타리 인근에서 ‘국민빠마’라는 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발을 핑계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면서 50대 중반 남자의 삶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내일 어깨 수술을 한다고 했다.
예전 어깨를 심하고 다친 적도 있고, 계속 팔을 사용하는 직업이다 보니 통증이 이어졌는데 병원에서 더이상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발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정을 듣게 됐다.

수술 후에도 거의 두 달 가까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 때 개업하고 지난 3년 간 거의 쉬는 날 없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블로그와 SNS에 열심히 홍보해서 단골도 생겼는데, 큰일이다.
영업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달간 내야하는 월세도 걱정이지만 생활비도 그렇다.
그달 벌어 그달 생활하는 대부분 생활인에게 두 달은 너무 치명적이다.
걱정이 됐다.

계산을 하고 “수술 잘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고 나섰다.
이대로 가선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다시 돌아가서 기도해드리겠다고 했다.

손을 잡고 기도했다.
50대 중반의 두 남자가 헤어샵 입구 유리문 안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은 분명 흔치 않은 모습일 것이다.
기도를 마치고 내가 “아멘.”이라고 했을 때, 한 박자 늦게 “아멘.”이라고 나왔다.

기도를 마치고 다시 악수하며 수술을 잘 받으시라고 인사했다.
나는 유리문을 열고 나오는데, 그분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 뒤로 “아, 뭉클했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