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소그룹 또는 성경공부를 하면 보통 성경구절이나 문제를 돌아가면서 읽는다.
성경공부를 하면 아무래도 인도자가 많은 말을 하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의미에서라도 돌아가며 읽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에서 목회할 때의 일이다.
한 연세 많은 여성이 그 지역에 이사를 왔고 내가 담임하던 교회가 맘에 든다며 등록을 했다.
주일예배는 물론이고 새벽기도회까지 출석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교회 생활에 젖어들기 원하는 그분을 위해 적당한 소그룹에도 배치해서 기존 성도들과 잘 지내도록 했다.
얼마있지 않아 그분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그룹 리더나 부목사님이 연락을 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내가 직접 연락을 하고 댁을 방문했다.
생각지 못한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그분은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성경구절을 읽게 하고, 문제를 읽게 하니 얼마나 난감했을 것인가.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 자신의 배움이 탄로난 것 같아 너무도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가끔 성도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던 경험도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그분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을 깨달았다.
교회에는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마련이다.
그중엔 어린 시절 복잡한 사정이 있어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도 있을 수 있다.
홈스쿨링을 했던 자녀들 덕분에 검정고시 시험장에 갔다가 너무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요즘 세련된 분위기를 추구하는 교회에서 다들 당연히 고등학교는 졸업했을 것이라 여기고 그런 수준의 상식이나 어휘를 사용하면 상대방은 예상치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나는 그분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교회를 대표해서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그분은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떠났다.
덕분에 나는 큰 교훈을 새겼다.
요즘 만나는 비신자들도 다양하다.
혹시라도 위와 같은 분이 있을지도 몰라 성경공부 들어가기 전에 다양한 대화를 시도한다.
성경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현재 낮은울타리에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두 그룹이 있다.
한 그룹은 단락을 나까지 포함해서 돌아가며 읽고 대화를 나눈다.
다른 한 그룹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Q&A를 한다.
낮은울타리에서 성경을 공부하는 걸 편하게 여기도록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