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은밀한 일”

2년 반 전, 낮은울타리 공간을 얻고 도배를 마쳤을 때 난 쪼그려앉아 기도했다.
내가 기도하던 바로 그때 내가 속으로 하는 기도와는 달리 내 머리 속으로 흐르는 한 성경말씀이 있었다.
바로 예레미야 33장 3절 말씀이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처음엔 이 말씀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보통 교회를 시작하며 이 말씀을 떠올리면 교회의 성장과 연관시킬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도 교회를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이런 말씀을 떠올리는 속물이 된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할 정도였다.
당연히 내가 의도해서 찾거나 떠올리려고 했던 말씀이 아니었다.
생각도 하지 않았으나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온 말씀이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라 여기고 예레미야 33장 1절부터 찾아봤다.

1   예레미야가 아직 시위대 뜰에 갇혀 있을 때에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두 번째로 임하니라 이르시되
2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3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역량있는 선지자가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선지자에게 주신 말씀이었다.
당시 나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었다.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도하라 하시니 기도나 하자.’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나중에 알게 됐다.
‘크고 은밀한 일’은 정말 ‘큰’ 일이거나 ‘비밀스러운’일이 아니라는 걸.
성경에서 ‘하나님의 큰 일’은 ‘구원’을 가리키는 일이고,
‘은밀한 일’에서 ‘은밀한’이란 단어는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수확’의 의미로 번역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하나님의 크고 은밀한 일’은 규모가 큰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부르짖게 하시고, 부르시고, 성취하시는 구원인 것이다.
난 순종하는 마음으로 거의 매일 이 말씀을 암송하고 기도했다.

최근 100km 떨어진 경남 함안에서 70대 남성 비신자가 주기적으로 낮은울타리를 방문해서 성경말씀을 배우기로 했다.
오늘 40km 떨어진 경남 김해에서 70대 여성 비신자가 주일 낮은울타리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기도하면서 새로운 비신자를 계속 만나게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사는 분들까지 만나고 보내주실 것은 상상도 못했다.
문득 이사야 말씀이 떠오른다.

1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2   보라 어둠이 땅을 덮을 것이며 캄캄함이 만민을 가리려니와 오직 여호와께서 네 위에 임하실 것이며 그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니
3   나라들은 네 빛으로, 왕들은 비치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
(이사야 60:1-3)
4   보라 내가 그를 만민에게 증인으로 세웠고 만민의 인도자와 명령자로 삼았나니
5   보라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를 것이며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네게로 달려올 것은 여호와 네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로 말미암음이니라 이는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였느니라
(이사야 55:4-5)

낮은울타리가 상상도 못했던 넓은 울타리가 되어가고 있다.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