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20대를 만났다.
모태신앙이었으나 신앙적 회의로 한동안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권유로 마지못해 대형 교회에 가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예배에 참석하지만 별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때엔 멀리 운전하고 가서는 교회 주차장에서 기도만 하고 돌아온다고도 했다.
솔직히 하나님이 계시는지 믿고 싶지만 믿어지지 않는데, 주일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바쁜 중에 엄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만나줘서 고맙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양호한데요.”
“예? 하나님이 계신지 안믿어진다고 하는데도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주일을 빼먹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그냥 빨간날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주일을 빼먹으면 좀 꺼림직하다는 형제처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예? 그럼 저에게 믿음이 있는 건가요? 저는 안믿어진다니까요.”
“하나님의 존재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믿고 싶어하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지요. 하나님이 계신지 알아서 잘 믿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인정을 하는 거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저는 성경의 내용과 기독교 역사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지만, 믿음은 제가 목사라도 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이 예배하는 자리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주관적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나자고 한 것은 성경과 신앙에 대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있으면 ‘목사’에게 편하게 묻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입니다.”
청년은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서너 가지의 단어를 메모지에 쓰더니 내게 이어서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답을 할 때마다 다른 질문이 또 생긴다며 하나님과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을 대화하고 마쳤다.
한 시간 가량 운전해서 8시쯤 집에 도착했을 때 허기도 지고 무척 지쳤다.
8시 30분쯤 그 청년으로부터 이런 문자가 왔다.
"제가 신앙을 갖고 이렇게 이야기해 본 것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 덕분에 제 신앙에 대해 객관화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미팅 후 고민해 보니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보면 믿음이 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먼길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물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