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호박, 고추…

비신자 성경공부에 참석하시는 분이 박스 하나를 들고 오셨다.
장을 보고 바로 오신 모양인 줄 알았는데, 공부를 마치고 설명을 해주신다.
두 주 전에 봉투를 내미시길래 이러지 마시고 그냥 오시라고 적극 사양했더니 대신 간식거리를 사오신 모양이다.

“목사님, 원래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 견과류를 사려고 했는데 없어서 그냥 견과류 이것저것 샀습니다.”
“저는 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참… 더운데 이런 걸 챙겨 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안에 제가 농사지은 오이도 있습니다.”
“예?”
박스를 열어보니 견과류와 함께 신문지에 싸인 오이와 호박과 매운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고추도 있었다.

어제 저녁엔 작은 오이 하나를 물에 씻어 그냥 베어 먹었다.
입은 시원하고 마음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