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일이 아니니 몸부터 챙기세요”

낮은울타리에 오는 비신자나 초신자가 모두 좋은 신앙의 고백을 하고 신앙생활을 잘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절반 이상은 ”좋은 만남’, ‘기독교인을 만났지만 불쾌하지 않았던 만남’,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조금 개선한 만남’ 정도로 그쳤다.
혹자는 아쉽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일단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금이나마 없앴기 때문이다.

올봄부터 낮은울타리 예배에 참석한 비신자가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개인 창업도 하고 학교도 다니며 정말 열심히 사는 청년이었다.
따로 식사를 하며 대화를 했는데, 아무래도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고, 그런데도 기독교에 대해 알아보려고 참석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여름이 지나며 그 청년이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계속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지난 주간에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서 당분간 예배 참석을 못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죄송하다고 하길래 이건 죄송한 일이 아니라고, 몸부터 챙기라고 했다.

낮은울타리 예배를 마치고 혼자가 되었을 때,
나는 그 청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월요일 아침, 청년에게 문자를 보냈다.
목사인 나도 지치면 모든 일이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종교가 인생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몸과 마음이 잘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언제라도 연락하고 같이 밥 먹으면 좋겠다고.

청년에게서 감사하다는 답문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