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불교 신자였다가 1년쯤 전에 회심한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욱아, 어제 집에서 기도하면서 많이 울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냐?”
“아니, 그냥 내가 바르게 살아오지 못한 것이 막 생각나는데 그런 게 너무 후회되고 그런 내가 밉기도 해서. 그냥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하나님이 진짜 회개를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는 거야.”
“진짜 회개?”
“응, 보통 회개를 ‘하나님, 내가 이것도 잘못하고 저것도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잖아?”
“그게 회개 아닌가?”
“그것도 회개지만 진짜 회개는 내 존재 자체가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는 ‘죄 덩어리’라는 걸 깨닫고 고백하는 거야.”
“그렇구나.”
“평생을 자기합리화로 사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그런 고백을 할 수 있겠냐? 단순한 성찰이나 정리가 아니라 고백까지 했잖아? 이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고 하는 거야. 그럴 땐 네 말처럼 나 자신이 밉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해서 가슴뼈가 함몰되는 것처럼 아프기도 해.”
“가슴이 막 답답하더라고.”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돼.”
“뭐가 또 있냐?”
“스스로 밉고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나를 이대로 받아주시고 사랑하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거지. ‘왜 날 사랑했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해. 사랑할만한 조건이 없는데도 사랑하셨으니까.”
“맞아, 이런 날 받아주신 하나님이 감사하더라고.”
“자네한테 그런 일이 생겼다니 참 좋다.”
“나도 좋아. 이런 걸 설명해주는 목사 친구가 있어서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