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행에서 여러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다.
물론 큰 교회에서 강사로 초청해준 덕분에 서울로 올 기회가 만들어졌고 공교롭게 시기가 맞아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중 꼭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마음이 쓰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사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일찍 숙소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피곤을 무릅쓰고라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대상은 소위 SNS에서 ‘상봉몰’이라고 불리는 중랑역 앞 상가 지하에 위치한 ‘종합기독교백화점'(망우로 192)의 이동식 대표님이다.
지난 토요일(10/26)에 연락을 하고 이틀 뒤인 월요일 오후 3시쯤 방문하겠다고 했다.
의외였던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하는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톡 건너 편에서 오는 느낌은 즐겁고 기쁜 일이 아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기독교서점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서점에 들어섰을 때 여느 기독교서점과는 달리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로 북적였다.
악수를 고사하고 인삿말을 건넬 여유도 없었다.
계산하는 사람들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인사를 했다.
“우와, 웬일로 사람들이 많네요.”
“저도 이상하네요. 오전 내내 사람들이 없다가 방금 이렇게 된 겁니다. 금방 또 조용해질 겁니다.”
서점 한 켠에 자리를 준비해뒀다며 안내했다.
찻잔과 간식이 가지런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평소 상봉몰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라서 이 모임을 위해 아주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어 갑작스레 성사된 모임의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오랜만의 만남인데다 교포 스타일까지 더해져 악수가 아닌 허그로 인사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다과를 시작하자마자 난 본론을 꺼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겉으론 활발하게 비신자 전도 사역을 하는 나의 고통을 꺼내자 다들 호흡이 잠깐 멈출 정도로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목사지만 성경도 읽지 못하고, 기도도 나오지 않았던 심정을 솔직히 말했다.
말로 할 수 없는 깊은 인생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 분이 “기도가 나오지 않는데 다들 기도하라고 해서 더 속상했어요.”라고 했다.
나는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한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잔인하네요. 하나님은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려두지 않고 너무 힘든 고난 중에 있기 때문에 더 불쌍히 보십니다.”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성경 말씀 한 군데를 찾아 읽어줬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귀를 기울여 들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에게는 대단한 사명을 감당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숨만 쉬면서 살아있으라고 하십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안죽고 살아있는 것이 사명입니다.”
심한 고통 중에 있던 분은 눈물을 흘렸고 다른 분들도 눈이 붉어졌다.
“목사님, 아무도 내게 그렇게 이야기해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날 보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하나님이 날 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안죽고 살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안도했다.
그리곤 다음 일정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