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에 대한 오해

종종 내게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듣는다.
가장 많은 것은 내가 대형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재정적 걱정 없이 낮은울타리 사역을 한다는 소문이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낮은울타리라는 이름은 예쁘지만 실상은 바람이 거친 광야에서 삽질을 한다.
낮은울타리의 보증금과 내부 집기는 작은 교회와 개인의 예상치 못한 도움으로 마련된 것이다.
교회와 개인의 후원이 광야에 있는 낮은울타리의 만나와 메추라기이다.
지난 4년간 굶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광야의 기적의 실재에 대한 믿음이 돈독해졌다.
그 기적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너무도 감사하지만 코와 입에 들어오는 흙먼지는 감당해야 한다.

낮은울타리에서 분위기 좋은 만남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은 나 혼자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전화 통화이다.
상담을 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외에는 혼자 영상을 찍기도 하고,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 다음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청소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일이다.
낮은울타리 살림이라고나 할까.

어제는 커피머신에 경고등이 들어와서 그걸 해결했다.
버리지 않고 잘 챙겨둔 설명서에서 시키는대로 물통을 비우고 석회용해제를 넣고 손잡이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며 기계속에 낀 석회겸 물때를 제거하고, 물통을 두 번이나 갈아끼울만큼 깨끗하게 헹궜다.
기계치가 잘 보이지도 않는 잘은 글씨로 가득한 설명서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읽고, 혹시나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확인하며 세척 작업을 했다.
50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 하게 된 이런 작업을 하고 나면 맥이 풀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잠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충전을 해야한다.
원래 설교영상까지 찍으려고 했는데 점점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제는 오후 5시쯤 작업을 마쳐서 그런지 충전이 되지 않았다.
그럼 주섬주섬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