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기도를 마친 고교 친구

1.
개인적인 기도제목으로 40일 작정기도를 마친 고등학교 친구가 이른 아침에 연락이 왔다.
같이 아침 식사로 미역국을 먹고 낮은울타리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낮은울타리 앞에서 친구가 내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친구는 이미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들고 있었다.
간절한 기도제목으로 기도의 기간을 정하기도 했지만 20년 넘게 교회를 떠나 있었기에 아직 담배를 끊지는 못했다.
갑자기 내린 비가 많이 잦아들어 보슬비 정도로 내리는 중에 나는 친구와 함께 아파트 주변에 가서 친구가 한 개피를 다 피울 때까지 기다렸다.
친구는 금방 다 폈다.
“옛날보다 담배 굵기가 가늘어져서 그런가? 금방 다 피웠네.”
“내가 빨리 피웠지. 좀 어지럽네.”
친구는 기다리는 날 위해 흡연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친구의 마음이 고마웠다.

2.
“낮은울타리에 와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해보라고, 그러면 믿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니?”
“왜 없겠어. 당연히 있지.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사람의 태도야. 질문은 똑같은데 정말 기독교에 대해서 궁금하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궁금하고, 신앙을 갖고 싶은데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두려움에 묻는 경우도 있고 그냥 시비 걸고 싶어서 묻는 경우도 있어. 그 태도에 따라 다른 답을 하지.”
“작정 기도를 하면 하나님에 대해 더 확실히 알게 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별로 달라진 게 없어. 그래서 답답해. 오히려 ‘하나님이 진짜 계시는 게 맞나?’라는 의문도 들고.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친구는 아주 진지한 신앙적 질문과 철학절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 그 정도라면 신학교에 가야 하는데. 신학교가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입학시험을 보는데 원서 한 장 뽑아줄까?”
나는 농담을 하며 책장 곁으로 갔다.
“뭐? 그 정도까진 아니고.”
친구는 손사래를 쳤다.
나는 친구 곁으로 자리를 옮겨 조직신학 관련 벽돌책 한 권을 친구에게 내밀었다.
목차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하나님에 대해 설명한 책이니까 한번 읽어볼래?”
친구는 받아들고 몇 장 뒤적이더니 책을 내려놨다.
“잠 안올 때 베고 자면 되겠다.”
“신학교에 가면 한 학기에 이런 책 몇 권씩 공부하고 시험쳐야 돼.”
“확실히 신학교는 아닌 것 같네.”
“40일 기도후에 확실한 기도응답을 받았으니 됐다.”
나는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