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낮은울타리예배

밤이 가장 긴 동지(12/21)가 지난 때문인지 기온이 심하게 떨어졌다.
첫 세례식을 앞두고 난 잠을 이루지 못해 자정을 한참 넘겨서야 잠이 들었다.
평소같으면 몸이 무거울텐데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일찍 보일러를 틀어놓기도 해야 하고, 혹시라도 주보 인쇄 속도가 느려져 속을 썩일까봐 평소보다 일찍 낮은울타리에 갔다.

다행히 주보는 빠른 속도로 인쇄됐다.
여유있게 세례반에 물을 채워놓고, 성찬식도 준비했다.
세례증서도 쓰고, 인주를 찍어 도장도 찍었다.
오래전에 어떤 분이 특별하게 만들어주신 도장인데 이렇게 쓰이게 될 줄 몰랐다.

평소 예배에 없던 세례식이 들어가면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성도의 감사와 찬양’과 ‘설교 Q&A’ 순서를 뺐다.
로마서 5:20-6:5를 본문으로 ‘세례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세례 자체가 특별한 효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명하신 일에 순종하는 것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는 내용이었다.

세례식은 먼저 세례 서약을 하고, 세례를 베풀고, 꽃다발과 세례증서를 수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거의 5년 만에 세례반에 손을 넣는 나도 엄청 설렜지만, 67년 인생에 처음으로 교회에 발을 들인 후 한 번도 세례식을 본 적이 없는데 세례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는 더욱 긴장했을 것이다.
낮은울타리에서 처음 있는 세례라서 다른 식구들도 설렘과 긴장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이어서 성찬식을 했다.
세례식에 이은 성찬식이라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첫 세례식의 여러 장면들 [사진합성 강신욱]

예배를 마치고 한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카페에서 초 하나를 꽂은 케이크를 준비해서 영적 생일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카페에 양해를 구한 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다같이 불렀다.
마지막에 세례 받은 분의 “이제 예수님을 믿는 자로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라는 대답이 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