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일이었다.
경비원 1명과 청소미화원 2명, 총3명이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한다.
성탄절인데 일하시는 걸 보고 뭐라도 드리고 싶어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빵집에 갔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맛에 비해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동네 빵집이 내 입맛에 맞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애용한다.
빵집에 들어갔더니 방금 꽈배기가 나와서 아직 비닐에 넣지도 않은 상태였다.
나는 내 것을 포함해 4봉지를 샀다.
계산하며 안면이 있는 빵집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했다.
“개인적으로 꽈배기와 찹쌀도너츠 중 무엇이 더 맛있으세요?”
“저는 쫄깃해서 찹쌀도너츠를 더 좋아합니다.”
“그럼 찹쌀도너츠 3개를 더 계산해 주세요.”
그리곤 안에서 빵을 만들고 있던 사장님께 “계산했으니 직원분들 하나씩 드세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주일마다 직원 없는 아침 일찍 성찬식용 빵을 사느라 마주치는 사장님은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가 빙긋이 웃었고, 빵집 아주머니는 “어머나, 고맙습니다.”라고 환호했다.
분리수거장에 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청소미화원들은 자리를 비웠고 경비원만 있었다.
꽈배기 3봉지를 내밀며 “성탄절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 봉지씩 나눠드세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라고 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장면을 공교롭게도 같은 통로 윗집 아주머니가 보셨는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가벼운 인사만 했지 한번도 내게 말을 걸지 않던 분이 먼저 입을 뗐다.
”안그래도 추운날 바깥에 계셔서 뭐라도 드릴까 생각했는데, 참 잘하셨어요.“
”네, 오늘은 성탄절인데 쉬지도 못하고 바깥에서 일하시니까 따뜻한 것 드시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마침 꽈배기가 나왔더라고요.“
다음날 계단에서 청소미화원을 만났다.
“어제 꽈배기 잘 드셨어요?”
“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덕분에 나도 밝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