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장은 요셉에게 비서관 출신 죄수들을 시중들도록 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며 전직 비서관들도 요셉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한 날은 그들이 꿈을 꿨습니다. 최근에 꿈 꾸신 적 있으세요?”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깨면 다 잊어먹어요.”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두 전직 비서관이 같은 날 꿈을 꿨는데 물론 서로 다른 꿈이겠죠. 그런데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자기들끼리 꿈 이야기를 했는데 꿈 내용이 자기들 일과 관련이 있고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꿈이 개꿈이 아니라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옛날 같으면 신관이나 무당을 찾아갈텐데 감옥에 있으니 그럴 수도 없어 답답했을 겁니다. 그런데 요셉이 이들의 안색을 보고 안부를 물은 겁니다. 보통이라면 공무원까지 했던 사람들이 노예에게 섣불리 자기의 꿈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요셉은 ‘꿈을 해석하는 건 하나님께 있다’라고 하며 자기에게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전직 비서관들은 여러 날을 지나면서 요셉이 노예지만 비범하다는 걸, 그를 돕는 신이 있다는 걸 느꼈던 모양입니다. 두 전직 비서관은 자기들의 꿈을 노예인 요셉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술 담당 비서관이 자기의 꿈을 말했습니다. 꿈에 포도나무가 보였는데 가지가 세 개 있었다는 겁니다. 비서관은 그 포도를 따서 즙을 짜서 파라오에게 바쳤다고 했습니다. 요셉은 술 담당 비서관에게 그 꿈은 사흘 안에 복직할 꿈이라고 해몽했습니다. 만약 이런 해몽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희망을 갖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 꿈이 복직될 꿈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죠?”
“요셉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요셉은 그렇게 해몽이 끝나자마자 바로 술 담당 비서관에게 부탁을 합니다. 자기는 너무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왔으니 복직하거든 자기를 잊지말고 감옥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자기의 해몽이 거짓이고 확신이 없으면 이런 부탁을 할 수가 없겠죠.”
“요셉은 그 꿈이 정확하게 그 내용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요셉이 요즘 사람들이 해몽하듯이 돼지꿈이나 용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는 식으로 해몽을 한 게 아닙니다. 요셉이 꿈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나님이 요셉에게 해몽을 해주셨을 것입니다. 모든 꿈이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가끔 꿈이나 환상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나타내거나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게 하신다(민수기 12:6)고 했습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을 아시죠?”
“예.”
“솔로몬이 어떻게 지혜의 왕이 될 수 있었는지 아세요?”
“원래 똑똑한데 공부를 많이 해서 그렇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습니다만 솔로몬은 조금 다릅니다. 성경에 보면 솔로몬의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솔로몬과 대화를 하셨습니다. 꿈에서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주셔서 선악을 잘 분별하여 백성들의 재판을 잘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은 ‘네가 건강이나 재물을 구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지혜를 구했으니 지혜와 함께 건강과 재물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꿈을 주신 하나님은 그 꿈의 정확한 내용과 의미를 아시니까 해몽도 정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술 담당 비서관의 꿈이 바로 해석되었는데 복직한다고 했을 때 빵 담당 비서관은 어땠을까요?”
“자기도 그런 해몽을 듣고 싶었겠죠.”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니까요. 빵 담당 비서관도 비슷하게 자기가 하던 일에 관한 꿈을 꿨으니까 좋은 해몽을 듣고 싶은 마음에 요셉에게 자기의 꿈을 말했습니다. 파라오를 위한 빵 광주리 세 개를 머리에 이고 가는데 새들이 와서 그 빵들을 먹는 꿈이었다는 겁니다. 꿈이 술 담당 비서관의 꿈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두 사람이 같은 날에 비슷한 꿈을 꾼 것이 신기하네요.”
“비슷하니까 빵 담당 비서관은 어떤 해몽을 기대했을까요?”
“자기도 꿈 속에서 하던 일을 했으니까 사흘 안에 복직할 것을 기대했겠죠.”
“하지만 요셉의 해몽은 정반대였습니다. 요셉은 빵 담당 비서관을 향해 ‘당신은 사흘 안에 매달려 죽게 될 것이고 새들이 당신의 고기를 뜯어 먹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꿈은 비슷한데 해몽은 너무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사흘 후가 파라오의 생일이어서 잔치가 벌어졌는데, 술 담당 비서관과 빵 담당 비서관이 파라오와 신하들 앞에 불려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요셉의 해몽대로 술 담당 비서관은 복직되고 빵 담당 비서관은 나무에 매달려 죽임을 당했습니다.”
“신기하네요. 아무튼 요셉한테는 잘된 일이네요. 복직한 사람이 요셉을 풀어주게 하기 위해 일이 이렇게 돌아간 것 아닌가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말대로 하면 ‘하나님의 은혜’네요.”
“우리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던가요? 인생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잘 풀리는 게 아닌가요?”
“예, 술 담당 비서관이 요셉과 요셉의 부탁을 깨끗하게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말요? 그 사람 참 못됐네요.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 잊어버릴 걸 잊어버려야지.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잊어버리죠?”
“성경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정작 이 일을 당한 요셉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곧 연락이 오고 풀려날 줄 알았는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는 겁니다. 배신당한 거죠. 이제는 억울함에다가 배신감까지 지고 살게 되었습니다.”
“진짜 하나님은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나님이 참 고약하신 것 같습니다. 자기를 믿는 사람에게 잘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런 하나님인 줄 알면 누가 하나님을 믿고 싶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목사이고 사람들에게 하나님 믿으라고 하는 사람이지만 가끔씩은 저도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목사님도 그러세요? 그러시면 안되는 것 아니에요?”
“목사도 사람이고, 목사도 인생 사는 건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하세요?”
“성경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하나님을 믿으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경 전체를 보면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인지가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게 벌어지는 일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약속된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그런데 상황을 보면 너무 힘들죠. 이때 필요한 것이 기도입니다. 상황이 아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겁니다. 믿음은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쉽지 않네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다 그런 기도를 하는 건가요? 자기나 자식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아닌가요?”
“기도한다고 척척 이뤄지지 않죠. 처음에는 자기 욕심으로 기도하지만 오래 기도하면서 내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바르게 기도하면 기도하는 사람이 변합니다. 이게 놀랍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