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술 담당 비서관이 요셉의 사연을 기억하고 파라오에게 말해서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감옥에서 나왔겠죠.”
“그 다음에는요?”
“감옥에서 나와도 여전히 노예니까… 다시 경호실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집 노예로 가는 건가요? 아… 복잡하네요.”
“그러면 술 담당 비서관이 기억하는 것이 요셉에게 유리했을까요?”
“아닐 수도 있었겠는데요.”
“그걸 요셉은 알았을까요?”
“모르지 않았을까요?”
“그럼 요셉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술 담당 비서관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원망했겠죠.”
“우리는 이런 일이 없을까요? 내가 원하는대로 되더라도 실은 내게 좋은 일이 아니라 오히려 안좋은 일이라서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고 시간만 길게 흐르는 바람에 내가 속상하고 지쳤던 일들 말입니다.”
“원하는대로 되지 않은 일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요? 혹시 한두 가지만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아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살지 않는 거죠.”
“아… 대부분의 엄마들의 마음일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들이 엄마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만 엄마의 말을 듣는다면 엄마가 예상하거나 마련해줄 수 있는 길밖에 갈 수 없어요. 사실은 엄마가 그 길을 확실히 마련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길이 아들에게 정말 좋은 삶을 줄 수 있을지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죠.”
“엄마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길을 살면서 힘드니까 아들은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데, 사실은 엄마의 소원대로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모자 관계만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자식이 네 명인데,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는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대로 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자식들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할 뿐입니다.”
“목사님 자녀들은 행복하네요, 목사님이 기도하니까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 아닌가요?”
“그렇겠죠. 그런데, 제가 우리 아이들만 위해서 기도하지 않습니다. 매일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말요? 목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도 우리 자녀를 위해서 기도하지 못하는데 우리 애들까지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의 자녀를 위해 기도하면 되죠.”
“그래도 목사님이 기도해주셔야 하나님이 잘 들어주시는 것 아닌가요?”
“아뇨, 기도할 사람이 없으니 제가 하긴 하지만 하나님은 목사의 기도는 우선적으로 들어주거나, 더 잘 들어주거나 하시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고 내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믿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애매합니다.”
“제가 보기엔 믿으시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세요?”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믿지도 않는데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성경공부를 하러 오실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긴 하네요. 이렇게 믿어도 되는 건가요?”
“원래 믿음이란 건 아주 작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생각에 변화를 주고, 삶에 변화를 주지요. 여러분, 무신론자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요.”
“그런 것 같네요.”
“요셉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이 2년이나 흘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요셉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사실은 요셉 개인만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하나님은 기독교인만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시 상황이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지도록 기다리셨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도해도 바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기독교가 거짓이라며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거죠.”
“기다리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춘향이가 이몽룡을 믿었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춘향이도 믿음이 있었던 거네요.”
“그럼요. 모든 기다림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기도도 할 수 있고,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2년 만에 어떤 일을 시작하시는데요, 이번에는 파라오에게 꿈을 꾸게 하십니다. 그 2년 동안 요셉은 아마 술 담당 비서관에 대한 기대를 다 내려놓았을 겁니다. 대신 누구만 기대할까요?”
“하나님?”
“맞습니다. 요셉이 하나님만 의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년이나 걸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