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섬안교회 제직헌신예배 설교

지난 2월 16일 주일 오후 2시에 포항섬안교회 제직헌신예배에서 설교했다.
‘제직헌신예배’는 그 해 직분을 받은 모든 사람이 헌신을 다짐하는 자리이다.
지난 1월 23일 포항섬안교회의 담임 김창수 목사님이 부산까지 오셔서 부탁해주신 덕분에 포항까지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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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섬안교회는 이전 담임목사의 장사꾼같은 행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랫동안 교회와 성도가 마치 강도 당한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뭔가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생기고 처음으로 ‘제직헌신예배’라는 것도 하게 됐다고 들었다.

내가 비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설교를 통해 어떻게 하면 비신자를 전도해서 교회에 데리고 올 수 있는지 가르쳐주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 어려움을 겪은 교회는 이미 주변에 나쁜 소문이 났을 것이고, 설령 비신자를 예배에 참석시켰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알려줄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교회일수록 교회의 규모가 크지 않고, 성도 개개인의 삶도 질곡이 많고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은 교회를 사용하시는지, 교회에 약속하신 영광이 무엇인지, 교회가 어느 순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는 이사야 59:1-60:3을 본문으로 ‘교회에 약속된 영광’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님이 이미 성도들에게 ‘어렵게 모신 분이라서 설교를 오래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광고했다고 알려줬다.
예배에 참석해서 열심을 다해 찬송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니 나도 열정이 생겼다.
30명 정도 되는 성도들은 눈을 반짝이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열심히 들었다.
예배를 마치고 보니 4시가 되었다.
거의 2시간이 지난 것이다.

너무 설교를 길게 한 것은 아닐까 미안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가장 앞자리에서 가장 집중해서 들은 김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 꼭 필요한 말씀이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성도 대부분이 50대 이상인데 어린 학생들이 보여서 누구냐고 물으니 목사님의 자녀들이었다.
중학생인 큰 딸이 드럼도 치고, 파워포인트도 넘기며 스태프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었다.
아들 둘도 앞자리에 앉아 찬송도 열심히 하고 설교도 열심히 들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기특해서 지갑을 열어 “니네들이 수고가 많다.”라며 용돈을 주었다.
너무 의외라는 표정이길래 “목사 자녀니까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