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1년 3월

수도권은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히 심했지만 부산은 상대적으로 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에 머물러 너무 위축되지 않은 가운데 3월을 보낸 것 같다.
덕분에 개인적 만남을 17차례 가질 수 있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동창 친구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고, 친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내 설교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봤다는 것이다.

3월 중 중요한 일은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 영어마을교회의 새벽과 낮 집회에서 ‘모순같은 삶에 임한 하나님의 은혜’라는 제목으로 6차례 설교한 것이다.
제주 영어마을이라는 좀 특수한 배경의 교회와 성도를 향해 현장과 실시간 중계를 통해 말씀을 전했는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다.

오랜만에 제주를 방문하는 것이라 추억이 있는 곳 방문도 하고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일부러 카메라도 들고 갔지만 그러지 못했다.
설교를 준비해 가기는 했지만 계속 다음 설교를 점검하고 다듬는 일을 하느라 오히려 취침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서울에서 만났던 어느 목사님과 선교사님을 제주에서 다시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근황을 듣고 교제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낮은울타리에는 설교 영상 4개와 성경공부 영상 2개를 포함해서 33개의 글을 올렸다.
영어마을교회의 집회 설교를 준비하고 또 제주에서 집회를 하느라 열흘 가까이 집중했기에 글의 양이 이전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
또 이번 달부터 작년에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서울광염교회에서 영상강의했던 ‘내 마음의 로마서’ 영상을 다시 보면서 원고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였다.

장남은 작년 11월에 입대했는데, 코로나와 부대 내 사정으로 인해 아직도 휴가를 나오지 못하고 있다.
4월에는 장남이 꼭 휴가를 나와 이사한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었으면 바라고 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매일 전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나마 그것이 숨통을 틔워준다.

서울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며 고시원에서 지내는 차남은 아주 바쁜 한 달을 보냈다.
1학년 때 배운 것을 거의 3배 속도로 요구한다고 한다.
안그래도 과제를 3배 분량으로 준비하는 둘째에게는 거의 10배의 부담인 것이다.
아내는 매일밤 통화하며 부담을 들어주며 아들을 격려한다.

두 딸은 개학한 학교에 다니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예고에 다니는 셋째는 6시 전에 일어나 준비하고 7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 때 막내가 일어나 준비하고 8시에 등교한다.
6시부터 일어나 거의 2시간 동안 딸들의 등교를 챙기는 아내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을 보내고 있다.
나도 6시에 알람을 맞추고 같이 일어나 등교하는 딸들을 한번씩 안아준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교대로 진행하는데, 셋째는 2주씩 교대로 하고 막내는 격주로 하기에 주말이면 다음 주엔 누가 학교에 가고 누가 학교에 가지 않는지 잘 챙겨야 한다.

부산에 내려온지 석 달이 지났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제했지만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만남이 조심스럽게 되자 나도 마음이 조급한 부분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먼 거리에서 일부러 방문하셔서 이 사역을 귀하다고 격려해 주신 분들이 있다.
개인적 친분이 없지만 후원금을 보내 주신 분들이 있다.
1월부터 꾸준히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 잘 가고 있는거야”라는 하나님의 격려가 이분들을 통해 전달된 것이라 믿고 힘을 낸다.

불신자들도 만나지만 목사나 선교사가 만남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분들인데 어디에다 털어놓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
내가 중형교회 담임을 포함해 20년 목회를 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어 보기도 한 것이 이분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조언하고 격려하는 밑받침이 되는 것 같다.
생각지 못했던 일이지만 도시선교와 함께 이분들이 회복하여 건강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4월엔 또다른 친구와 접촉하려 하고, ‘내 마음의 로마서’ 원고를 일차 마무리하려고 한다.
물론 어찌될 지 모르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