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낮은울타리에 도착해서 주보와 설교원고와 기도문을 인쇄하고 성찬식 준비까지 마치니 30분이 흘렀다.
조금 후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도착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나보다.
모두 함께 들어왔다.
가스렌지 배터리가 다 되어 배터리를 가져왔는데 어떻게 교체할지 몰라 그대로 두었는데, 식구 중 한 명이 배터리를 또 가져왔다.
갑자기 많아진 배터리를 보며 웃었다.
그 식구는 싱크대에 매입형으로 붙어있는 가스렌지를 번쩍 들었다.
그런 걸 처음 봐서 난 눈이 커졌다.
그 아래 점화플러그를 위한 건전지 박스가 있었다.
한동안 가스렌지 3개 중 큰 1개를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배와 식사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도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간식과 과일을 따끈한 커피와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예배 전에 커피 마시며 교제하니까 너무 좋네요.”
“다른 사람에겐 이런 이야기하지 맙시다. 이해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 주간 동안 일상 속의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고백하는 ‘성도의 감사와 찬양’ 순서에 어떤 식구는 오랜만에 멀리 사는 오빠를 만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고교 친구와 이번주부터 성경공부를 하게 된 이야기를 나눴다.
설교 본문이 요한복음 16:16-24로 아홉 절밖에 되지 않았지만 각 절이 길어서 주보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성도’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복음에 적대적인 세상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바라며 사는 애매한 입장의 성도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예수님은 무엇을 말씀하셨는지 전했다.
예배 후에는 다과를 하며 요즘 정치와 교회의 상황에 대해, 그리고 낮은울타리 3주년을 어떻게 맞으면 좋을지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