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3 낮은울타리예배

낮은울타리 식구들의 성경공부도 시작됐다.
아침 10시 전에 모여 오랜만에 방송장비를 세팅하느라 오랜만에 좀 분주하게 보이기도 하는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늘은 대전에서 오신 한 분이 낮은울타리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내가 2018년 가을에 그 교회에 가서 강의를 할 때 만난 적이 있고, 이후 페이스북으로만 소통했던 분이다.
부산역에는 도착했지만 청사포까지 버스로 1시간이 넘게 걸려 조금 늦겠다고 연락이 왔다.
예배중에 들어오면 민망할 수 있으니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가 조금 늦게 예배를 시작하기로 했다.
낮은울타리예배의 유연함이다.

손님이 있어서 예배순서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예배를 진행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예배 설교를 녹화하고 그걸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이제까지 예배 설교를 낮은울타리 식구들의 피부에 닿듯이 하고, 유튜브에는 따로 원고대로 제작해서 올렸다.
일단 제작해보자고 했는데, 나중에 편집된 영상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중간에 아직 제작하지 않은 요한복음 영상강론을 예전 방식으로 업로드한 뒤 오늘 설교분부터는 낮은울타리예배때 설교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설교 영상 편집본 [영상캡처 강신욱]

예배 후 식사하고 다과를 하며 손님의 사연을 함께 들었다.
정말 교회에 충성을 다하는 분인데 담임목사는 정치적인 사안에 몰두하여 외부로 돌고, 담당교역자도 없어서 제대로 목회적 돌봄을 받지 못하고, 담당교역자가 부임을 했다가도 얼마 있지 않고 사임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수 년간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어디 가서 이야기할 수 없는 이런 사람이 속을 터놓고 숨통을 티워주는 것도 낮은울타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는 일단 교회를 나오라고 했다.
하던 봉사는 어떻게 하며, 챙기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며, 갈 교회도 정하지 않아서 그렇게 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지금 목숨이 넘어갈 형국이고, 어린 아이들까지 함께 죽어가는데 연말까지 맡은 일을 하겠다는 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봉사냐고 되물었다.
큰 우물을 찾지 말고 맑은 샘을 찾으라고 했다.
샘은 찾기 쉬운 도로변에 있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를 권했는데, 그건 해운대 바다를 한 시간 남짓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분이 나중에 기차를 타고 올라가며 내게 문자를 보냈다.
한 시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샘을 찾아나서겠다고.
그럼 한 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