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모임

3월 23일 주일 저녁, 브릿지 모임에 참석했다.
브릿지는 혼자는 너무 약하기에 여럿이서 사랑을 전하는 브릿지가 되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다.
삶이 평안하고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나이가 들며 인생의 짐과 상처가 힘들어 돌파구로 독서캠프에 참석했다가 작은 마음이지만 모아서 나누자고 뜻을 모은 사람들이다.
이분들이 25년만에 부산에 다시 내려와 혼란을 겪고 있던 내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모임에 청해주셨다.

다들 일하시는 분들이라서 모임 시간이 주로 일요일 저녁으로 잡힌다.
상대적으로 일요일에 일이 많은 나로선 참석이 어렵다.
이번에 꽤 오랜만에 참석했다.
정말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어떻게 남을 도울 것인가를 놓고 의논한다.
몇 십만 원을 놓고 너무 진지하게 의논하는 모습이 참 좋다.

이 인원이 들어가니 꽉 차버린 근처 작은 식당에서 구수한 청국장을 먹은 후 애프터모임을 했다.
청국장에 취기가 오른 사람들이 한 곡조씩 뽑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내게도 기타가 내밀어졌다.
나도 교회오빠로서 기타를 잡은 적이 있지만 일찍 행정목사가 되고 규모있는 교회의 담임이 된 탓에 25년 전에 내려놨던 기타이다.
코드를 잡으니 잡자마자 손끝에 자국이 생기고 통증이 온다.
외워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없고, 코드도 기억나지 않아서 이 핑계 저핑계를 대다가 코드도 틀리고 목 긁는 소리를 내며 어설프게 마쳤다.
그런데도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정말 못했지만 후회 대신 안도가 나왔다.
내가 약하고 못난 모습을 보여도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라며 등을 토닥여줄 것 같은 고마운 모임이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겐 도망갈 수 있는 브릿지 하나가 있다.
어제 받은 소품 하나가 오늘 나를 격려한다.

기타를 치는 모습과 인테리어 소품 [사진제공 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