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수고했다”

친구 부부가 지역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어린이가 있다.
알콜중독 아빠와 지체장애 엄마, 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같이 산다.
지역아동센터의 기초적인 돌봄은 받지만 사실상 거의 방치되는 그 아이를 불쌍히 여겨 아이를 집에 데려와서 씻기기도 하고 먹이기도 하고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 집에 아이를 위한 책상이 없는 걸 보고 책꽂이가 있는 책상을 사서 친구 부부가 직접 그 집에 들고 갔다.

며칠 후 할머니가 자기 잘 자리가 없다며 책상을 치우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주간에 친구와 그 집에서 책장과 책상을 빼러 갔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난 경악했다.
책상이 놓인 방에 벽걸이 시계 8개가 사방에서 째깍이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옷, 장처럼 쌓인 비닐 봉지들, 살림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실내, 음식쓰레기 냄새 등 최소 몇 달간 방치된 집처럼 보였다.
지체장애 엄마는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양해를 구하고 집에 들어가서 책장과 책상을 빼왔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뽀얀 살림을 거의 쓰레기나 다름없는 짐을 건드리지 않고 겨우 빠져나왔다.
겨우 책장 하나와 책상 하나를 옮겼을 뿐인데 너무 지쳤다.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충격이 더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졸음이 쏟아진다.
난 낯빛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라 얼굴에 고스란히 내 마음이 드러났나보다.
친구가 날 달래느라 볶음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줬다.
그러더니 “오늘 너무 수고했다. 빨리 가서 한숨 자라.”고 했다.
정말 졸음이 견딜 수 없이 쏟아져 얼른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