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도와주십시오”

지난주 집에서 쓰러진 독거노인을 응급실로 모셨을 때의 일이다.
검사결과 뇌경색이란 걸 알게 됐다.
고령이긴 했지만 며칠전까지 테니스를 치시던 분이 갑자기 뇌경색으로 꼼짝 못할 상황이 되니 낙심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아들이 올 때까지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난 어르신에게 말을 붙였다.

“고문님,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누구세요?”
“테니스장에서 인사도 드리고 제 공도 받아주셨습니다.”
“기억 안나요.”
“OOO 목사님과 약속했던 것 기억하세요?”
“기억합니다.”
“그 목사님과 같이 테니스 쳤던 사람입니다. 저도 목사입니다.”
“아~~~ 목사님이 집에도 못가고 고생이 많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고문님이 큰일날 뻔했는데 그 목사님과 약속한 것 때문에 그 목사님이 고문님을 챙겨보라고 연락해서 다행히 이렇게 된 겁니다.”
“참 고맙네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갑자기 이렇게 되셔서 너무 황당하고 속상하시겠습니다.”
“답답합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습니다.”
“뇌경색이라고 하니까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말도 어눌하게 되셔서 너무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목사니까 해드릴 말씀은 너무 힘들 때 ‘예수님, 도와주십시오.’라고 속으로라도 말씀하시라는 겁니다.”
“우리 아들딸은 교회에 다니고 나보고도 가자고 하는데 나는 안가지더라고.”
“꼭 교회에 가야만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고문님은 이제 몸이 불편하셔서 더 교회에 가시기도 어렵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예수님, 도와주십시오.’라고 해보십시오.”
“예수님, 도와주십시오.”
“예, 잘하셨습니다. 마음이 힘드실 때 잊지 말고 꼭 그렇게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