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박물관

김씨박물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 내가 남서울평촌교회를 사임하고 부산에 내려와서 지내던 중 경남 진해에서 튤립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합신 동기 김현강 목사를 통해서이다.
당시 김 목사는 근처에 한번 방문해 볼 만한 곳이라고 알려줘서 가족과 함께 김씨박물관을 찾았다.

경남 진해시 웅동 소사마을에 위치한 김씨박물관은 마치 6,70년대 길거리와 상점을 복원해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안에는 정말 오래된 옛날 물건들, 하지만 진짜 박물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런 물건들이 가득했다.
상점에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 앞에서 먹던 소위 불량식품도 있었다.
지역신문에 게재될 정도로 나름 알려진 곳이었다.
아래는 경남신문 관련기사링크이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53108

가족과 흥미롭게 보던 중 김현철 관장님을 만났다.
“어떻게 이런 물건을 모으시고 이런 박물관을 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이게 다 우리 집안이 호주 데이비스 선교사님을 통해 복음을 들은 데서 시작합니다”
김 관장님은 조금 떨어진 ‘소사주막’이라고 간판 붙여진 낡은 집으로 우리 가족을 인도했다.
그곳은 개화기 사천에서 부산에 이르는 길이 있던 곳이었는데, 소사주막이라 이름은 붙였지만 실은 그곳은 옛날 우물터 자리이고 진짜 소사주막 자리는 조금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조셉 헨리 데이비스 선교사 [네이버이미지캡처]

대문을 들어서자 오른편 작은 건물에 웬 외국인이 학사모를 쓰고 있는 낡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조셉 헨리 데이비스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호주 선교사, 1890년 부산에 선교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되 충청과 호남을 거쳐 전도하며 부산에 온 최초의 선교사, 그런데 부산에 도착하기 직전 바로 소사마을에서 천연두에 걸린 소년을 기도로 치료하고 자기는 과로와 천연두와 폐렴으로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순교한 선교사였다.
그 때 데이비스 선교사의 장례를 치러준 사람이 당시 부산에서 성경보급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캐나다 출신 제임스 게일 선교사였다.
이 데이비스 선교사의 순교를 계기로 호주 장로교가 부산으로 대거 선교사를 파송하게 된다.

제임스 게일 선교사

그런데 김 관장님의 외고조부인 장영도 장로님이 당시 17세 머슴으로서 데이비스 선교사의 짐을 부산까지 나르다가 복음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장 장로님의 딸은 데이비스 선교사님의 여동생이 선교사로 와서 호주 선교사가 세운 일신여학교에서 데리고 가서 공부하고 나중에 그 학교의 교사로 삼았다고 했다.
외증조부인 박경조 장로님은 주기철 목사님이 마산 문창교회를 담임할 때 재정을 맡았다고 한다.
김 관장님의 조부가 사진관을 운영해서 이와 관련된 사진 자료가 여럿 남아 있었다.
김 관장님 가족은 교편을 잡으셨던 선대부터 부산으로 옮겨 1891년 역시 호주 선교사를 통해 세워진 부산진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본인의 뿌리를 찾고자 진해 소사마을로 다시 옮겨왔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광염교회 바이블칼리지에서 ‘순교자의 삶’이란 강좌를 통해 우리나라에 초기 선교역사를 소개하는 이인수 목사님과 유주성 강도사님에게 이 내용을 소개했더니 취재차 내려왔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김 관장님은 2019년 7월에 완성한 자서전 비슷한 책을 구석구석 읽으며 관련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했다.

김씨박물관 마당에서 자서전을 읽는 김현철 관장 [사진 강신욱]

김 관장님은 지난 40년을 자기의 뿌리를 찾기 위해 보냈다고 했다.
데이비스, 게일, 성경보급소, 주기철, 일신여학교 등등 한 집안에 얽힌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 역사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비록 학위는 없지만 향토 기독교사학자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집념과 정리된 내용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