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장로교회 이정호 원로목사님을 아산에 있는 댁에서 뵀다.
장남인 이경원 목사가 자리를 만들어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시골길에서 조금 들어간 마을에 잘 가꾸어진 마당이 있는 예쁜 집이 하나 있었다.
12년 전 아무 것도 없는 땅을 사서 집도 짓고 마당도 꾸민 것이라 했다.
사실 사모님이 다 하신 것이다.
각종 나무와 꽃들, 유실수들, 다육이, 소품들까지 참 다양했다.
정성과 시간의 합작품이 참 아름다웠다.
아버지인 이정호 목사님은 대형 교회의 존경받는 목사님이고 장남이 목회자의 길을 걷는데다 똑똑하고 성품이 좋아 칭찬이 자자하니 사실 당시 유행을 따라 세습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 목사는 사역을 시작하면서부터 교회를 떠났다.
참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아버지 목사와 아들 목사이다.
세습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아들 목사가 후임이 되었어도 목회를 아주 잘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교회의 덕을 우선하여 처신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걸 차치하고 일단 두 분 다 존경한다.
이경원 목사님과 나는 인연이 참 길고도 깊다.
내가 남서울평촌교회(담임 김태권 목사) 행정목사로 있을 때 이경원 목사가 총각 교육전도사로 와서 결혼을 했고 강도사까지 있었다.
나는 김 목사님의 후임이 됐고, 이경원 목사는 미국으로 가신 김 목사님의 부름으로 필라델피아 임마누엘교회에서 행정목사를 했다.
나는 두 번 정도 방문해서 교제했던 것 같다.
이 목사는 귀국 후 서울광염교회 부목사로 있었는데, 내가 담임을 사임하고 교회 개척을 준비한다고 하자 나를 추천해 서울광염교회에서 거의 20년만에 같이 사역을 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2년 전 서울에서 빛소금광염교회를 개척해서 목회를 잘 하고 있고, 나는 부산으로 내려와 비신자를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려고 하고 있다.
덕분에 귀한 아버지 목사님을 뵙게 됐다.
초면이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원로목사님의 인자한 성품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은퇴한 지 10년이 넘은 분으로서 한국 교회를 어떻게 보시냐 여쭈었다.
“한국 교회가 부족한 점이 많지요. 그래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하는 부분이 있고 열심히 하니 하나님께서 그것을 귀하게 보시고 붙잡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는 잘 될 겁니다”
이어 “다만 젊은 목사님들이 이제는 대형 교회를 지양하고 본질을 잘 붙잡아야 되겠지요. 기독교가 무엇을 믿는 것인지 제대로 가르쳐서 성도들이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거룩한 은혜를 강조하되 가벼운 은혜주의를 경계하고, 기독교의 본질 곧 생명을 강조하는 말씀을 하셨다.
또한 목회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잘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함을 말씀하셨다.
원로의 통찰은 과연 달랐고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과 정진할 힘을 충전받는 느낌이었다.
“또 오세요”라는 따뜻한 음성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