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3명과 성경공부 뒷얘기

현재 나와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비신자 3명은 모두 40대 엄마들이다.
엄마들의 최대관심은 당연히 자녀들이다.
7월 초 처음 만났을 때, 이들로부터 초등학생 연령층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어린이성경을 사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가 기독교 신앙이 없고 성경을 읽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리 상식과 선한 영향을 위해 사 준 책이라지만 그리스신화만큼 재밌지도 않은 책을 읽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흥미롭게 느낄만한 노아의 방주 이야기까지만 읽고 덮었다고 한다.
그리고 솔직히 자신들이 어린이성경을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이들과 성경내용을 공부하며 이들에게 성경을 읽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실은 첫 시간에 공부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관심을 위해서라도 창세기 1장과 2장을 읽어 오라고 했는데 아무도 읽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아무런 숙제를 내지 않았다.

솔직히 이분들이 성경을 읽은 들, 성경공부가 첫째날에 빛을 창조하고, 둘째날에 궁창을 창조한 것을 익히고 외는 것이 아닌 이상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또 지금 나는 이분들이 구약과 신약의 내용을 오가며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 부분을 읽어오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지난 시간 마칠 때쯤 한 분이 말했다.
“목사님, 혹시 우리가 읽어 올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왜요?”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와서 좋긴 한데 좀 미안해서요”
“미안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지금 설명하는 내용이 성경 한 군데가 아니라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숙제를 드리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와서 듣기만 하시면 됩니다”
“계속 이래도 되나요? 그러면 저희는 좋죠 ㅎㅎ”

다른 분이 말했다.
“그래도 아이들 잘 때 성경 이야기를 들려줘요”
“정말요? 아이들이 잘 때 성경을 읽어 주세요? 대단하십니다”
“아니요, 힘들어서 못해요”
“그렇죠, 솔직히 소리내서 성경 읽기가 많이 힘듭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성경앱을 틀어줘요”
“아, 네~”
스마트폰을 열어서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보여줬다.
“저도 들려주고 있어요”
읽을 거리를 달라고 했던 분도 폰을 열어 앱을 보여줬다.
“그런데 몇 절 안가서 애들이 금방 자던데요.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
앱으로 성경을 들려준다는 두 엄마는 비슷한 사정이라는 듯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이분들에게서 교회나 기독교 신자들에 대해 불편하게 겪은 일과 부정적 시각을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아주 비상식적인 교회와 신자들을 만나 마음의 골이 깊었다.
남편들도 아주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데 목사인 나를 만나보겠다고 하고, 성경공부를 제안했을 때 하겠다고 한 것이구나’ 생각이 들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데 두 달 사이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또한 자신들에게 시작된 변화를 좋은 것이라 여겨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성애가 참 귀하게 보였다.
이런 분들을 만나고 이런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