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대한 배경이 전혀 없고 성경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분들과 성경공부를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음 해보는 나에게도 매번 새로운 고민이었고 도전이었다.
처음엔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개관을 하면서 언제든 질문을 하도록 했다.
그 질문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교회란 무엇인지, 교회와 교회당의 차이가 무엇인지, 교단은 무엇이며 왜 나뉘어졌는지,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사람이 쓴 성경이 왜 하나님의 말씀인지, 구약과 신약은 무엇인지, 왜 66권으로 정해졌는지.
왜 구원이 필요한지, 왜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는건지.
별다른 교재없이 그냥 차를 마시며 얼굴을 보며 대화하듯 설명했다.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 카페에서 모이기 때문에 소리를 내서 읽지는 못하더라도 직접 성경 본문을 눈으로라도 보고 확인하면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 역사관 또는 세계관이라고 할 만한 본문이 요한계시록 12장부터 14장까지로 떠올라서 그냥 선택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모험이었던 계시록 공부가 마지막 부분까지 왔다.
“14절부터 20절까지는 마지막 추수와 심판을 나타냅니다. 먼저는 이 일을 주관하시는 분이 누구신가 하는 게 나옵니다. ‘구름 위에 인자와 같은 이가 앉으셨는데 그 머리에는 금 면류관이 있고’ ‘인자와 같은 이’는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이 표현은 구약과 신약 곳곳에 나오기 때문에 잘 알 수 있습니다. 머리에 금 면류관이 있다는 것은 예수님이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시고 하늘로 올라가신 후 마치 왕과 같이 모든 것을 다스리고 경배를 받을 권세와 영광을 가지신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손에 예리한 낫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예리한 낫’이라고 하니 느낌이 어떠세요?”
“좀 무섭죠”
“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농기구인데다 예리하다고 하니 좀 무섭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전혀 무섭지 않은 것입니다. 15절에 천사가 ‘땅의 곡식이 다 익었으니 거두십시오’라고 말하니까 예수님이 추수하신다는 내용인데, 복음서에 보면 성도를 알곡이라고 비유했고, 성도가 땅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을 곡식이 익는 것으로 비유했습니다. 이건 예수님이 세상에서 알곡같이 잘 성장한 성도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아래에 낫이 한 번 더 나옵니다. 찾아보시겠어요?”
“17절에요”
“맞습니다. 방금 전에는 예수님이 낫을 가지고 알곡을 추수하셨는데, 지금은 누가 낫을 가지고 있지요?”
“천사네요”
“예, 천사가 낫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절에 보니까 이번에는 알곡이 아니라 포도라고 합니다. 포도도 알곡처럼 다 익었다고 합니다. 성경의 다른 곳에는 포도열매는 긍정적인 의미인데 여기서는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천사가 낫을 휘둘러 포도를 거두는데 이 포도를 진노의 포도주 틀에 던진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포도주틀은 너른 바위 가운데를 옴폭하게 파고 한쪽에 홈을 만듭니다. 거기에 포도를 넣고 사람들이 발로 밟아서 그 즙이 한쪽에 있는 홈으로 흘러가게 합니다. 여기서는 ‘진노의 포도주 틀’이라고 밝혔는데, 그것은 발로 밟는다는 심판을 의미합니다. 20절에 보면 포도즙이 아니라 피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피가 말 굴레까지 닿는다고 했습니다. 말을 고삐로 움직이기 위해 재갈과 함께 머리에 씌우는 걸 굴레라고 합니다. 피가 거의 사람 키 높이에 닿을 정도로 많이 흐른다는 거죠. 또 그 피가 천육백 스다디온에 퍼졌다고 했는데, 스다디온은 200미터 조금 못되는 거리입니다. 그러니까 그 피가 약 300km까지 흘러간다고 합니다. 이건 그 심판이 아주 단호하고 비참할 것이라는 걸 나타냅니다. 소위 ‘최후의 날’에 알곡을 추수하는 구원과 포도를 짓밟는 심판이 같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기까지 요한계시록 12장부터 14장까지 나와 있는 기독교 역사관입니다”
“와, 목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어려운 내용 잘 따라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으신 소감이나 궁금한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요즘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다는 분이 질문했다.
“저는 처음에는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나갔지만 뭔가 마음에 변화가 생겼어요. 그런데 성경을 너무 몰라요. 그래서 성경을 더 알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 읽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무작정 읽을 수도 없고. 오늘처럼 목사님이 이렇게 설명을 해주시니까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요한계시록을 1장부터 지금까지 하신 건가요?”
“아니요, 기독교 역사관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러 12장부터 14장까지만 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뭘 하실 계획이신가요?”
“글쎄요. 전에 얘기했던 대로 성경의 주요 사건들을 차례로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좋아요. 기대됩니다”
비신자로서 처음부터 참석하신 분에게도 소감을 물었다.
“어렵고 잘 모르는 부분이 많죠. 목사님이 설명해 주실 때는 이해도 되고 알 것도 같은데 카페 문을 나서는 순간 다 잊어먹는 것 같아요”
“저 문을 나가지 말아야 되겠군요”
“그래야 될 것 같아요 ㅎㅎ”
“잊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남기도 하고 생각나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살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돈 이야기도 하고, 자녀교육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니까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목사님 말씀 들으면 ‘그렇게 살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드세요?”
“그럼요”
“와, 감사합니다”
“또 있어요. 마음이 힘들고 세상 사람들 사는 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마귀야 물러가라, 예수님 도와주세요’라고 해요”
“정말요?”
“예, 그러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공부하러 오잖아요. 매번 아침에 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지만 나와서 공부하면 참 좋아요”
“저에게는 가장 큰 선물같은 말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그런데 목사님도 감사하다니 저희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