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2명과 성경공부(16) – 천지창조(2)

“다음엔 차례로 무엇을 창조하셨는지 내용이 나옵니다”
어차피 성경을 모르는 분들이라 더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고, 성경을 보면서 하는 게 아니라 성경에서 확인할 수도 없다.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날에 무엇을 만드셨고, 둘째날에 무엇을 만드셨나 이런 것 외우지 않아도 구원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냥 참고로 들어주세요”
“그렇죠? 어차피 들어도 못외워요 ㅎㅎ”

“첫째날에 하나님은 빛을 만드셨습니다. 그 빛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전등불빛이나 태양불빛같은 것은 아닐 겁니다. 어떤 실체이기는 하지만 그건 흑암에 대비되는 소망, 질서 같은 것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소설 같은 데 보면 ‘절망 속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의 빛이 비춰졌다’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잖아요”
조금 막막한 표정을 짓다가 소설의 표현을 예로 들었을 때 약간 ‘아하~’하는 표정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이걸 말씀으로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이건 신만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사람은 무엇을 가지고 싶으면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하고 시간을 들입니다. 그러다가 실패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신은 원하면 그냥 가집니다. 그래야 신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신이 아니지요. 우리가 하나님은 전지전능하다고 합니다. 원하는데 그대로 되지 않으면 ‘전능’이 아닌 거예요”
“전능이 아니라고요? ㅋㅋ”
이 모임을 되도록 소개한 교회를 다니시는 분이다.
오늘도 멀리 창원에서부터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오셨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의 ‘전지전능’이란 단어가 당연히 하나님 앞에 붙이는 관용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내가 ‘전능이 아닌 것’이라고 단어를 파괴해 버리니 좀 웃겼던 모양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신’이란 존재에 대해 철학적으로 공부를 아주 많이 한 사람들에게는 정리된 내용입니다. 보통 사람은 ‘말로 어떻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분들이 성경을 읽으면 오히려 ‘당연하다’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왜냐면 그래야 신이니까요. 그런 분들은 아주 공부를 많이 해서 ‘하나님이 신이니까 말로도 천지만물을 만들 수 있지’ 받아들이는건데, 우리는 그렇게까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게 믿어지면 우리가 훨씬 이득입니다”
“그러네요 ㅎㅎ”

“둘째날에는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셨습니다. 그냥 하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의 물을 만드셨다고 하는데 궁창 아래의 물은 바다와 강물 같은데 궁창 위의 물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아마 노아의 홍수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건 그 때 가서 또 언급하겠습니다”

“셋째날에는 땅과 식물을 만드셨습니다. 여기서 애매한 부분이 생기는데요. 해달별은 넷째날에 만들어지거든요. 식물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해야 하는데 식물이 살 수 있는 에너지원인 태양이 없어서 하나님이 ‘아차’ 하시고 다음날 얼른 태양을 만드셨을까요?”
“어, 그러네요. 태양보다 식물이 먼저 만들어졌네요”
“이단 중에 이걸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질서의 하나님이 이렇게 하셨을 리가 없다는 거죠. 그러니 이 식물은 진짜 식물이 아니라 특정 사람을 가리킨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에 감람나무까지 설을 풀고는 자기들의 교주가 감람나무이니 그분을 믿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요?”
이분들은 아직 그런 이단을 만나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럼 셋째날에 만들어진 식물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첫째날에 만들어진 빛이 있습니다. 그 빛은 태양빛이나 전등빛과 다르다고 했지요?”
“예”
“설명할 수 없지만 식물도 살게 할 수 있는 근원적 빛인 겁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천국에 대한 설명 중에 태양이 없다는 것이 나옵니다. 하나님이 빛의 근원이 되시니까 따로 조명을 둘 필요가 없는거죠. 그냥 존재 자체가 빛인 거예요. 단순히 밝음뿐 아니라 소망, 질서, 치유, 회복, 사랑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빛 자체지요. 그래서 셋째날에 만들어진 식물이 넷째날에 태양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끄덕없이 살 수 있는 겁니다. 또한 그런 면에서 창세기는 처음 창조에 대한 기록부터 마지막 요한계시록의 천국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넷째날에 해달별을 만드시고, 하나님이 일자와 사시와 징조와 연한을 이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해달별이 생기고 하루, 한 달, 일 년, 사계절 이런 게 생긴 겁니다. 그러면 의문이 생기지요. 넷째날 전에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은 어떻게 날 계산을 한 것일까요?”
신자인 분이 또 대답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일자와 연한이 넷째날부터 만들어지는데 그 앞날들은 어떤 기준으로 날이 바뀌었다고 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해가 만들어지기 전이지만 빛과 어두움이 있었고,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어떤 시기의 변환이 있었던 것이죠. 그것이 정확히 지금처럼 24시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셋째날까지는 수억 년의 시간이 하루였다가 넷째날부터 갑자기 24시간이 하루라고 하기도 그렇고요. 이럴 땐 솔직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이건 몰라도 구원과 상관이 없습니다”

“다섯째날에 어류와 조류를 만드셨고, 여섯째날에 짐승을 먼저 만드시고 마지막에 사람들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니까 식물이 가장 선배이고 짐승이 사람보다 선배인거죠”
“ㅎㅎ 그런 셈이네요”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우리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들자’라고 하셨답니다. 성경에 하나님을 나타내는 단어는 ‘엘’입니다. 영화에 보면 외계인이나 신적 존재 이름에 종종 ‘엘’이 들어갑니다. 슈퍼맨도 이름에 ‘엘’이 들어가는데…”
금방 검색을 하더니 “칼엘이네요”라고 한다.
“사람이름으로는 ‘클라크’지만 자기네 별 이름으로는 ‘칼엘’입니다. 슈퍼맨은 원래 지구에 살고있던 원더우먼이나 배트맨과는 다른 외계인입니다. 저스티스리그 영화에 보면 완전 신적 존재처럼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단수 ‘엘’이 아니라 복수인 ‘엘로힘’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하나님이 단일신이 아니라 삼위일체임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이 신적 존재양식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1장에 사람이 만들어졌는데 2장에 다시 사람이 만들어지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건 4복음서가 조금 다른 관점으로 기록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장은 인류창조기사이고 2장은 아담과 하와라는 특정 인물에 집중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질문이나 소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목사님, 저는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서겠습니다”
아이보리 코트를 입고 오신 분이 먼저 일어났다.
약속이 있음에도 성경공부에 참석해 준 것이 고마웠다.

“요한계시록보다는 쉬운 것 같은데 창세기도 어렵네요”
다른 비신자가 소감을 말했다.
“요한계시록이 많이 어려우셨어요?”
“예”
“상징하는 것이 많아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런 게 있다 정도로 들어주세요”

모임을 소개한 분도 말했다.
“창조에 대한 건 주일학교 노래도 있듯이 ‘몇째 날에 무엇을 만들었다’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들으니까 새롭네요”
“새로우셨다니 감사합니다”

비신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모태신앙입니다. 가족들도 다 신자입니다. 어릴 때 엄마따라 교회도 다니고”
“그러세요? 그런데 어떻게…”
“중학교 때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결혼하고 혼자 부산에 내려오면서 더 그렇게 된거죠. 그런데 엄마도 계속 기도하시고, 매주 연락하는 대구 사는 친구도 날 위해 기도한다고 하는데… 목사님을 만나서 이렇게 성경을 배우니까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저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