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다른 피조물과는 다른 의논을 하십니다.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라는 것입니다. 이 때 ‘우리’가 히브리어로 ‘엘로힘’입니다. ‘엘로힘’은 복수형이고 단수는 ‘엘’입니다. ‘엘’은 신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처음 참석하신 분에게 질문했다.
“혹시 슈퍼맨이 자기 별에서 불렸던 이름이 뭔지 기억하세요?”
“제가 슈퍼맨 영화를 안봐서…”
슈퍼맨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을 처음 만났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접하고 알고 있던 내용을 성경의 내용과 재밌게 연관시키려고 한 질문인데 계획이 어긋났다.
말은 꺼냈으니 마무리하고 넘어가야 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슈퍼맨이 지구에서 부르는 이름은 ‘클라크’였는데, 자기 별인 크립톤에서의 이름은 ‘엘’이었습니다. 작가가 슈퍼맨의 이름을 ‘엘’이라고 한 것은 거의 신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암시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사람을 만든 하나님이 단수 ‘엘’이 아니라 복수인 ‘엘로힘’이란 겁니다. 이것이 피조물인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의 존재 양식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삼위일체’라고 합니다.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이 계시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완전히 다른 존재로서 이름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등급이 다른 복수의 신이 아닙니다. 지혜와 영광과 권능과 거룩과 존귀가 동등해서 ‘한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이 하나님의 존재양식은 어떤 존재도 흉내낼 수 없습니다. 사람은 ‘인격’이라고 하는데 신은 ‘위(位)’라고 합니다. 세 위가 한 하나님입니다. 아주 독특한 이런 하나님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바로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그 ‘둘이 하나’라고 선언하신 것이죠. 동물도 수컷과 암컷이 있지만 동물은 둘이 하나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람에 대해서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주의 신비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독특한 존재양식을 사람에게도 허락하셨습니다. 소위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천사나 타락한 천사인 귀신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사람을 얼마나 특별한 존재로 만드셨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님의 존재양식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셈이다.
그래서 듣는 분들이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인간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존귀한 지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창세기 2장 가장 마지막에 보면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여자와 합하여…’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늘 그렇듯 나만 쳐다보고 있는데, 오늘 처음 오신 분은 얼른 갖고 온 성경을 찾아 확인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아담이 첫 사람인데 부모를 떠나라고 하니까요. 이 구절을 갖고 ‘아담이 첫 사람이 아니다. 아담에게도 부모가 있다’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창세기를 기록한 것은 한참 뒤의 사람인 모세입니다. 모세가 사람이 그런 존재로 지음받은 것을 알고 하나님의 영감으로 그 시대와 이후 사람들을 위해 적용점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렇게 창조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타락한 인간이 오해한 것이 역사적으로 오래된 남존여비 사상이나 현대에 들어와 부상한 페미니즘입니다. 원래 하나로 지어졌는데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 자체가 그 하나됨을 깨뜨리는 것이죠. 정상적인 관계를 시작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습니다. 한 몸에서 서로가 더 잘났다고 주장하는 건 서로를 망가뜨리고 결국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