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모임 때 아내가 쓴 ‘사랑하려고 산다’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물론 아내의 사인을 받아서.
다들 “저희들이 사서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고맙게 받아갔다.
그 책 이야기로 이어졌다.
“목사님에 대해서 좀 놀랐어요”
“예? 왜요?”
조금 불안한 인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책에 목사님이 공황장애를 아주 심하게 앓으셨다고 해서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공황장애가 그런 면에서 힘든 병이지요. 겉은 너무 멀쩡해서 공감을 얻지 못하니까요. 저도 한참 심할 때는 ‘차라리 뼈가 부러져 침대에 누워있으면 동정이라도 얻을텐데’라는 하소연도 했습니다”
“저도 약간 공황이 올 때가 있어서 목사님 마음 이해합니다”
“아, 그러세요? 아이고, 너무 힘드시겠네요”
“실내에 있을 때는 빨리 바깥으로 나가서 천천히 심호흡을 해요”
“맞습니다. 답답하다고 빨리 숨을 쉬면 과호흡으로 더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목사님은 왜 공황장애에 걸리셨어요?”
“완벽하게 다 챙기려는 욕심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이 그럴 수 없는데 말이죠. 저는 젊은 나이에 수도권 중형교회 담임이 되고 잘하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너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사람들을 다 잘 챙기고 도우려는 ‘엔젤컴플렉스’도 있었고. 그러니 집에 오면 녹초가 되지요. 아빠를 반기며 딸들이 안겨 오는 것도 귀찮아질 정도였거든요. 아이들을 떼어내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거죠. 아이들과 그걸 보는 아내의 마음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지금 너무 후회가 돼요”
“맞아요. 너무 하셨어요. 저희는 엄마 입장이니까 사모님 마음이 십분 이해돼요. 책을 읽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대화 중에 잘 끼지 않는 분도 입을 뗐다.
“저는 책을 받은 그날 집에 가서 바로 다 읽었어요. 저도 눈물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제가 나쁜 놈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냥 답이 뻔하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이렇게 해’, ‘너는 저렇게 해’라고 지시를 했지요. 그때 아이들의 상태를 묻고 정서를 들어주고 맞춰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돼요. 이제 회개한 거죠”
“사모님이 혼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돌아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물어 보려고요. 사실 그 답이 정답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내가 혼자 긴 시간 그 역할을 해준 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아내가 어떻게 하는지 늘 보면서도 왜 제가 진작 배우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랑하려고 산다’ 책 제목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사랑할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예, 사랑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이유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