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사귐

나는 자녀가 넷이다.
첫째부터 막내까지 열 살 터울이라 우리집은 10년 넘게 기저귀와 분유가 끊이지 않았고, 여섯 식구가 늘 북적였다.
아이들이 자라며 4인용 식탁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큰 식탁을 샀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늘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먹었고, 여섯 식구가 쏟아내는 사연과 감성은 늦은 밤까지 식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커가더니 친구와 밥을 먹고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밥을 같이 먹는 식구가 점점 줄어 들더니 아내와 둘이서 먹는 회수가 늘어났다.

더 자라면서 귀가 시간이 점점 더 늦어지더니 급기야 군대로, 학교로 멀리 떠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대견하고 좋았는데, 이젠 너무 빨리 자란 것 아닌가 싶다.

오늘 혼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혈연으로 만난 관계도 이렇게 헤어질 준비를 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헤어져야 하는 모든 만남과 사귐이 원망스럽습니다”
“타락의 대가가 너무 아픕니다”
“영원한 만남과 사귐을 너무도 사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기도했다.
“그래도 만남과 사귐이 너무도 귀합니다”
“현재 허락된 만남과 사귐에 진심과 전심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