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여성들과 성경공부 – 사라의 장례(2)

“사라가 죽은 헤브론의 원주민은 히타이트 족속입니다. 성경에는 헷 족속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 자기 아내가 사망했으니 자기를 위해 매장지를 달라고 부탁합니다. 헷 족속은 의외로 아브라함을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라며 치켜 세우고 매장지를 마음대로 골라 가지라고 했습니다. 분위기가 아주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공짜로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꼭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면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매장지를 이미 봐두었던 모양입니다. 헷 족속 중 ‘에브론’이란 사람 소유의 막벨라 굴과 주변 밭을 대가를 치르고 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땅을 사려면 요즘처럼 개인끼리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부족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매도인 지명을 받은 에브론은 헷 족속 앞에서 아브라함에게 원하는 굴과 주변 밭을 거저 줄테니 사라를 매장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또 사양하며 꼭 땅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합니다. 왜 고집을 피우며 돈을 쓰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에브론은 ‘우리 사이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라면서 ‘땅값은 은 400세겔’이라고 합니다. 이게 웃기는 일이죠. 400세겔은 그 당시로는 완전 바가지 씌우는 거예요. 거의 200년 뒤에 요셉이 20세겔에 노예로 팔립니다. 그런데 굴이 있어 밭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20배나 비싸게 부른 거죠. ‘우리 사이에 무슨 돈 이야기냐, 그냥 매장지로 마음껏 써라’라고 하고선 바가지를 씌운 겁니다. 아마 아브라함은 그 지방에서 수십 년 살면서 헷 족속의 이런 스타일을 간파한 것 같습니다. 옛날 콩트로 속상하고 서운한 일을 당하는데 ‘괜찮아유~’라고 하던 것 기억하시죠?”
“예”
“괜찮다고 하지만 괜찮은 게 아닌 거죠. 헷 족속도 거저 가지라고 했지만 진짜 거저 줄 생각이 없었던 거죠”
“사람들이 왜 속을 감추나 모르겠어요. 그건 소통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냥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것이 그들의 본심이 아닌 걸 알고 굳이 대가를 지불하고 사겠다고 하고, 바가지를 씌우는데도 두 말 않고 그 돈을 주고 삽니다. 하나님이 그 땅을 주시겠다고 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브라함의 땅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에게는 사라의 죽음이 기회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죽으면 매장을 해야 하니까요. 좋은 이유가 된 거죠. 공식적으로 그들의 반발없이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입니다. 그것이 더 중요했기에 아브라함은 두 말 않고 바가지인 걸 알면서도 바가지를 쓴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헷 족속이 보는 데서 400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었고, 성 문 앞 광장에서 많은 헷 족속이 공식적으로 막벨라 굴과 밭을 아브라함의 소유로 인정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사라를 그곳에 장사했습니다. 이제 그 곳은 아브라함과 그 후손의 매장지가 되었고, 아브라함과 후손이 거기에 묻힘으로 이스라엘이 고향처럼 생각하는 곳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