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차서 리브가가 출산했습니다. 첫째는 온몸이 붉고 털이 많아 ‘붉다’는 의미로 ‘에서’라고 하고, 둘째는 첫째의 발뒤꿈치를 잡고 나와서 ‘발꿈치를 잡다’라는 의미로 ‘야곱’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쌍둥이가 달라도 너무 다른 거예요. 에서는 아주 유능한 사냥꾼이 되어 ‘들사람’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습니다. 반면 야곱은 형과 전혀 다른 분이기입니다. 조용하게 장막에만 거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대 사회를 전제로 할 때 에서와 야곱 중 누가 더 족장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할까요?”
“에서요”
“고대 근동지방 개념으로 에서가 남성적이고 외향적이니까 그렇게 인정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의 싹이 가정에서 생겨났습니다.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사랑하고,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한 겁니다. 부모가 편애를 한 건데요, 어이없는 건 그 편애의 이유입니다. 이삭이 에서를 사랑한 이유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랍니다. 집에서 기른 가축이 많았을텐데, 우리에게 익숙한 식으로 말하자면 양식보다 자연산을 좋아한 겁니다. 편애도 잘못된 것인데 편애의 이유가 자신의 식성 때문이라는 것이 너무 어이없지 않습니까?”
“정말요? 진짜 어이없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라 그런지 자녀 편애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머니인 리브가는 집안에 있던 야곱을 편애했습니다. 형제간에 관계가 좋을 리 없고, 부부간에 관계가 좋을 리 없습니다. 이건 심각한 역기능 가정의 모습입니다”
“성경은 믿음의 조상이란 사람들의 약점을 감추지 않아요. 왜냐하면 성경은 믿음 좋은 사람들의 위인전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오히려 그들의 약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있어요. 하나님이 택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뛰어나 특별히 택함을 받을 만한 조건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못난 모습을 보이는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들을 택하셨다는 겁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를 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랑과 은혜가 우리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