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이지 않아 좋네요”

오늘 비가 오는 중에 의외로 낮은울타리 예배에 참석한 부부가 있다.
2018년 내가 남서울평촌교회 담임을 사임하고 부산에 내려왔을 때 두번째로 만난 비신자이다.
연락없이 참석해서 놀라웠고, 우중이라 더욱 반가웠다.

아내를 따라 9년째 예배에 참석하긴 하지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분이 예고없이 참석했으니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준비한 내용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꿀 내용이나 표현도 없다.
평소와 똑같이 그냥 진행했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예배가 어떠셨어요?”
“다른 교회와 달리 참신하네요”
“예배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최소한의 형식만 가지려 했습니다. 덕분에 예배시간이 40분 정도입니다”
“짧아서 좋습니다”
“설교는 어떠셨나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보통 설교들과 달라서 좋았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다니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강의식 설교를 다 알아 듣습니까?”
“휴가 나왔던 둘째가 제가 설교를 쉽게 하지 않고 예전 남서울평촌교회 담임할 때처럼 설교해서 조금 놀랐다고 하더군요. 여기 참석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제 설교를 듣고 초신자들은 어차피 처음 듣는 내용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오히려 기존 신자들이 이런 방식의 설명이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그런가요?”
“오늘 제 설교를 들으셨으니 댁에 가셔서 제 설교에 대해 부부간에 대화를 나누시고 다음에 또 만나 대화하면 좋겠습니다”
“ㅎㅎ 그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