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교체로 만난 이웃

낮은울타리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깔끔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설거지 세제나 수세미를 싱크대 안에 넣어 놓는다.
그저께 수전으로 이어지는 호스에서 물이 방울 맺혀 하나씩 떨어지는 걸 발견했다.
귀찮아서 이틀간 물을 쓸 때만 틀고 쓰지 않을 땐 밸브를 잠궜다.
쓸 동안에도 밸브 아래에 플라스틱 통을 하나 받쳐 놓았다.
첫날엔 몇 시간만에 물 한 컵 정도 새더니, 다음날엔 1리터 넘게 담겼다.

호스에서 샌 물로 젖어있는 밸브 [사진 강신욱]

오늘 아침 싱크대를 열어 밸브를 여니 밸브 가까운 쪽에서 마치 작은 물총을 쏘듯 옆으로 물이 나왔다.
물통을 받칠 수 없는 수준이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이내 영선반 기사가 도착했다.
살펴 보더니 수전을 교체해야 된다고 했다.
“밑에 밸브 호스가 새는데 왜 멀쩡한 수전까지 교체해야 합니까?”
“수전과 호스가 일체형이라 그래요”
“기사님이 사서 교체해 주시면 수고비까지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이 그런 건 하지 않고요. 사 오시면 교체해 드립니다”
“마트에 가면 되나요?”
“그냥 관리소 옆에 있는 철물점에 가시면 됩니다”

오늘 오후 성경공부가 약속되어 있어 빨리 공사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얼른 철물점으로 향했다.
철물점이 보였지만 바로 앞에 수전을 진열해 놓은 인테리어 가게로 들어갔다.
다양한 모양의 수전을 보고 가격을 들었다.
셋집이라고 했더니 적당한 모델을 소개해 줬다.

잠시 후 기사님이 찾아와 공사를 마쳤다.
기사님이 공사하는 동안 “오렌지 주스를 드릴까요, 커피를 드릴까요?”했더니 커피를 원했다.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바쁜데 뜨거운 거 언제 먹습니까? 아이스로 주이소”

공사 후 기사님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마시며 유익한 팁을 알려줬다.
싱크대에서 온수를 쓸 때 미지근한 물까지만 틀라는 것이다.
쇠로 된 호스 안에 고무로 된 호스가 있는데, 뜨거운 물을 쓰면 아무래도 팽창수축을 하면서 고무가 상해서 겉은 멀쩡한데 물이 새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에 몰랐던 유익한 정보를 알게 돼 정말 감사했다.
“전혀 몰랐네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님이 장비를 꾸려 나가는데 말을 붙였다.
“커피 맛있지요?”
“예”
“커피 생각 나시면 가끔씩 오십시오”
“그래도 되나요? ㅎㅎ”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