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이 되어 온 청년

예전 청년이 40대 가장이 되어 낮은울타리를 찾아왔다.
나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부산 출장 일정을 잡았단다.
청년 때 기대했던 신앙과 삶이 아니라 실망스럽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혼란스럽다고 했다.
“지극히 정상이네요”

나는 내가 목사면서도 40이 되며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었는지 솔직히 얘기했다.
그리고 갑자기 부산에 내려와서 50대 중반을 향하며 힘도 패기도 없는 지금은 겪는 일의 중량이 더 무겁다고 고백했고, 대화 중 내게 걸려오는 몇 통의 전화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

“그냥 목사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전에는 강신욱 목사님의 말씀이었고 신학적 이야기였다면 오늘은 인생 선배로서 인간 강신욱의 이야기로 들려져 너무 좋았습니다. 이전의 어떤 설교보다 감명 깊었습니다”
“이제 인생을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보잘 것 없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다시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감사하죠. 한 가지 깨닫게 된 사실은 하루에 내가 누릴 즐거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작은 일로 즐거워하는 게 인생이에요”
“목사님, 또 오겠습니다”
“또 와요. 다음엔 같이 ‘바다 멍’하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