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렸다시피 원래 성경은 장절 구분이 없습니다. 장절 구분은 천 년도 더 지나 편의상 붙여진 것입니다. 굳이 단락을 나누자면 저는 전도서 11장 9절부터 12장 7절까지를 한 맥락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11장 9절부터 12장 1절까지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찾아보시겠어요?”
“‘청년’이네요”
“ㅎㅎ 이제는 척하면 척입니다. 11장 9절에 2번, 12장 1절에 1번 반복됩니다. 설교를 진지하게 듣거나 나름 성경을 꾸준히 읽으신 분들에게 익숙한 구절은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12장 1절입니다. 하지만 그 앞에서 이미 ‘청년’이 2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또한 전도자의 말을 듣는 ‘청년’을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 ‘네’와 ‘너’가 7번이나 나옵니다. 노년의 솔로몬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과 모든 인생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교훈과 경계를 남기는 겁니다”
“드디어 전도서 마무리를 하게 되네요. 설렙니다”
“저도요. 예전에 전도서 설교를 한 적은 있지만 8장까지 하다가 사정이 있어 중단하고 마치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덕분에 전도서를 공부하고 함께 끝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제가 감사합니다”
“저희가 감사하지요”
“전도자는 청년에게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고, 네 청년의 때를 기뻐하고,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하라’고 합니다. 이제까지 전도서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 않은가요?”
“좀 그렇네요”
“솔로몬이 젊을 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좇아 마음대로 살았던 것을 후회하는 분위기였는데 마지막에 와서 갑자기 ‘네가 원하는 대로 젊음을 누리며 살아봐라’라고 말하니까 의외입니다. 이렇게 끝나면 안되지요. 반전이 있습니다. 9절 마지막에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살아봐라, 근데 심판이 있다’라고 한 겁니다”
“그럼 그렇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0절에 ‘근심이 네 마음에서 떠나게 하며 악이 네 몸에서 물러가게 하라’라고 권면합니다. 살면서 어떻게 근심이 없을 수 있습니까?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서 ‘근심’은 ‘분노와 슬픔’을 말하는데요, 이제까지 전도서의 흐름으로 봤을 때 다른 말로 하면 세상에 너무 미련을 두고 연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0절 마지막에 ‘어릴 때와 검은 머리의 시절이 다 헛되다’고 하는 거죠”
“12장 1절부터 7절까지 한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1절 ‘곤고한 날’,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 2절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울 때’ 등은 인생이 저물어 가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5절에 ‘살구나무가 꽃이 피며’라고 했는데, 이 말을 우리식으로 하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백발이 되었다는 말이죠”
“살구나무 꽃이 흰 모양이네요?”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 성경지리답사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가이드 하시던 목사님이 이스라엘에서의 관용적 표현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바로 뒤를 보면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얼마나 노쇠하면 메뚜기도 짐처럼 여겨질까요. 펄펄 날 것처럼 했던 청년도 어느 순간 자기 한 몸 이끌기도 힘든 지경이 된다는 겁니다. 7절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흙은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때’가 바로 죽음이죠. 1절부터 7절까지 피끓는 청년도 어느 순간 노쇠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 앞뒤로 아주 중요한 교훈을 말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기억하라”
“맞습니다. 1절과 7절에 수미쌍관법처럼 ‘기억하라’를 배치했습니다. 다른 결론으로 빠지지 않도록 마치 울타리를 친 것 같습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하나님요”
“창조주이시고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어리석은 인생이 불순종하고 심지어 존재를 부인해도 우주의 질서를 붙잡고 계시는 하나님, 끊임없이 무지한 인생을 향해 설득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네가 젊음과 넘치는 힘이 있다고 까불 때, 인생의 고지에 올라설 때, 어느덧 인생의 황혼을 경험할 때, 제발 목숨이 붙어 있을 때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요. 12장 2절이 일차적으로는 인생의 저물어감을 의미하지만 ‘해와 달과 별들이 어두워진다’는 표현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예,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변하려니와"(요엘 2:31)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마태복음 24:29)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해 삼분의 일과 달 삼분의 일과 별들의 삼분의 일이 타격을 받아 그 삼분의 일이 어두워지니 낮 삼분의 일은 비추임이 없고 밤도 그러하더라"(요한계시록 8:12)
“이 표현들은 세상의 종말에 하나님이 심판하실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예언할 때 나왔던 내용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이 땅의 권세자들이 하나님의 심판 앞에 몰락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생도 저물어가지만 세상도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앞에서 우리 모든 인생들이 기억할 것이 있다는 거죠. 그걸 전도서 가장 마지막에서 강조하여 말합니다”